어떻게 자백했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해당 사건뿐만 아니라 또 다른 미제 살인 사건과 강간·강간미수 사건 등 총 수십 건의 범행을 경찰에 자백해, 경찰이 어떻게 자백을 받아냈는지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기 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일 오전 열린 브리핑에서 “이춘재가 현재까지 9차례 이뤄진 대면조사에서 모방범죄 1건을 제외한 총 9건의 화성 사건뿐만 아니라 5건의 추가 살인사건에 대해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춘재가 조사과정에서 자발적·구체적으로 살인·성범죄 내용을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이춘재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다 돌연 태도를 바꾼 결정적인 이유는 가석방 가능성이 물거품이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춘재는 부산교도소에 무기수로 수감 중인 상태에서 1급 모범수로 평가돼 가석방에 대한 기대를 품어왔다.

그러나 총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본인의 DNA가 검출되고 유력 용의자로 특정되자 가석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화성 4차 사건 증거물에 대한 DNA 검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 데다 7차 사건 직후 버스에 올라탄 이춘재를 눈여겨봤다는 당시 버스 안내양 A 씨도 법최면 전문가를 동원한 목격자 조사에서 경찰에 “이춘재가 범인이 맞는다”고 진술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