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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건 성범죄도 저질러”

살인14건에 추가범죄 고백
경찰, DNA 확인으로 추궁

일부 사건 공범있을 가능성
진술 신빙성도 여전히 의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고 추가 수사 중인 경찰은 “14건의 살인 및 30여 건의 강간과 강간미수를 저질렀다”는 유력 용의자 이춘재(56)의 자백을 확보해 심증을 굳혀가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이춘재의 자백이 진실이라면 이춘재는 역대 최악의 흉악범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는 2일 “용의자가 지난주부터 자백을 하기 시작했다”며 이춘재가 화성 사건의 범인으로 확인될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경찰은 지난달 18일부터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를 상대로 9차례에 걸쳐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백을 받았다. 이춘재가 자백한 사건은 총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모방범죄로 확인된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뿐만 아니라 미제 살인 사건 5건과 미제 강간 사건 30여 건이다. 경찰은 이춘재의 DNA가 검출된 화성 사건의 5·7·9차 사건의 증거물 외에 4차 사건에서 수집된 유류품에서도 추가로 그의 DNA를 확인했으며 이를 토대로 이춘재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가장 유력한 증거인 DNA와 용의자 본인의 자백이 나왔지만, 이춘재가 진범인지에 최종 확인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화성 2차 사건(1986년 10월 20일·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의 경우 현장 주변에서 빈 우유갑 2개가 발견되는가 하면, 농수로 안에 시신이 놓여 있어 공범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이춘재의 자백이나 진술의 신빙성에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춘재의 심리적 방어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진 상황에서 진술한 탓에 이춘재가 언제 다시 진술을 번복할지 모르는 데다, 또 다른 수사를 피하고자 전략적으로 자백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더 이상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자백했을 수도 있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증거 등을 토대로 범행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DNA가 발견되지 않은 나머지 화성 사건과 추가로 털어놓은 범죄의 증거물에 대한 DNA 감정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또, 자백 내용과 과거 해당 사건의 수사기록, 목격자 진술 등을 비교해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경찰이 이춘재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공식 발표’한다고 해도 법원에 의한 판단은 아니어서 ‘경찰의 주장’으로 남게 될 여지도 많다. 공소시효 만료로 이춘재의 자백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과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완전히 폐지됐지만, 이전에 벌어진 화성 연쇄살인 사건에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전국에서 차출된 프로파일러들도 큰 역할을 했다. 경찰은 전국에서 선정한 6명에 경기남부청 소속 3명 등 프로파일러 9명을 이 씨 대면조사에 투입했다. 지난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에게서 자백을 이끌어 낸 공은경 경위도 포함됐다.

수원 = 박성훈 기자, 송유근 기자 pshoon@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수원=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씨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2019.10.1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