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한 것을 두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최운열 의원 등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오히려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며 ‘속도 조절론’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정부의 각종 정책이 삐걱거리자 분양가 상한제 확대라는 무리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미 의견을 충분히 개진했기에 더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결과에 대해선 최종 결정권자가 책임지면 된다”고 말했다. 공개 비판을 통해 여권이 자중지란에 빠진 듯한 모양새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여당 내부의 우려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읽힌다.

최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 온 대표적인 민주당 인사다. 최 의원은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막아 놓은 상황에서 대출 여력이 없는 서민에게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하면 오히려 자금력이 있는 사람이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을 기회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민주당 내 국회 국토교통위원 사이에서도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안정될 수 있지만, 건설사의 공급이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경제 보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조처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 대상이 되는) 서울 강남·서초구 지역위원장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결론적으로 정부 안에서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