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부 경제보복에 일침

일본의 반도체 원자재 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로 인해 국내 반도체 생산이 몇 주만 지연되더라도 애플, 아이폰, 아마존 등의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서버, 인터넷 연결 장비 등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미국 내에서 나왔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산업계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반도체 생산이 몇 주만 지연되더라도 애플, 아이폰, 아마존 등의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서버, 인터넷 연결 장비 등이 타격을 입는다는 지적이다. WSJ는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컴퓨팅기술산업협회(CompTIA), 소비자기술협회(CTA), 정보기술산업협회(ITI), 전미제조업자협회(NAM) 등 미국의 6개 단체가 지난 23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사실도 언급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숀 로치는 WSJ에 “기술 공급망의 정치화는 엄청난 위협”이라면서 “5년 전만 해도 기업들이 이런 일을 다룰 필요가 없었는데 지금은 정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기술기업 관계자들이 지난주 한국을 방문해 삼성 측과 미팅을 갖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시장 상황을 문의했다고 한다.

일본 기업들의 불안감과 우려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져 가는 추세다. 전 세계적인 상황이 좋지 않게 되면서 일본 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26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도시바메모리는 이르면 오는 11월로 예정했던 신주 공모 방식의 도쿄증권거래소 제1부 상장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통하는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74) 변호사는 26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잘라 말했다.

25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기획 시리즈 ‘구라시게 아쓰로의 뉴스 최전선’에서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東京)대 명예교수와 기무라 미키(木村幹) 고베(神戶)대 교수 등을 인용해 “한국이 1990년대 경제위기 때처럼 굴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