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굳은 표정의 국무위원들 이낙연(맨 앞줄) 국무총리와 홍남기(두 번째 줄 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이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초기대응 미흡 지적속 전략 가닥
경제·산업분야 ‘상응조치’ 맞불
외교분야선 명분확보·국제공조

경제적인 맞보복은 실효성 적어
강제징용 등 근본 문제 풀어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경제와 정치·외교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상응하는 조치’로 맞불 대응을 하지만,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진흙탕 싸움을 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기조다. 그러나 경제 맞대응은 한계가 있는 만큼 사태의 근본 원인이 된 강제징용 보상 등 외교적 대응책 마련에 치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은 국제법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며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성격도 깔려 있다”면서 “경제적으로는 강경 대응하지만 정치·외교적으로는 조용하되 단호한 대응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교적으로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아베 총리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대신, 정부는 일본의 보복 조치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를 상대로 꾸준히 제기할 방침이다. 일단 경제 보복 조치의 발단이 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는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고 정치 문제에 경제를 끌고 들어올 수 없는데, 일본 정부는 지금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과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모든 회원국이 특정 국가나 특정 국가군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 통제 시스템의 근간인 바세나르 체제의 기본지침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이번 조치와 같은 ‘수출허가제도’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11조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조치는 당장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무역 환경 구축’이라는 오사카 선언과도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조윤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공공외교를 통한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 조치 없이 법적 해석에만 매몰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본 정부와 피해자 구제를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논리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