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꼭 돌아오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인근에서 2일(현지시간) 한 헝가리 시민이 추모의 쪽지를 꽃다발 위에 올리고 있다.

아침부터 꽃을 든 추모행렬
한국대사관에도 ‘노란 리본’

“한국의 가족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만큼 수색팀이 꼭 실종자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7명의 사망자와 21명(헝가리인 2명 포함)의 실종자가 발생한 헝가리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사고로 한국민은 물론 부다페스트 시민들까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사고가 발생한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근처에는 현지시간으로 2일 아침과 저녁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아내와 두 아들의 손을 잡고 현장을 찾은 메이트(40)는 무심히 흐르는 다뉴브강의 물결을 바라보면서 “간절한 바람이 좋은 결과를 낳길 바란다”며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꼭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이트는 “다뉴브강은 유속이 빠르고 유람선으로 붐비는 곳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가능성이 작아지는데”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친구와 함께 현장을 찾은 아네트(여·26)도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비슷한 사고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이가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사망자의 가족들도 마음의 평안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현장 앞 강변에는 현지인이 가져온 흰 국화와 붉은 꽃다발, 촛불, 그리고 한글로 삐뚤빼뚤 쓴 추모의 메시지가 길게 줄을 이어 10m 가까이 이어졌다. 애도의 글과 함께 태극기를 그린 종이도 여러 장 놓였다. 백발의 노파부터 어머니 손을 잡고 온 10대 소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헝가리인들은 꽃을 내려놓으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거나 망연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앞에도 담장을 따라 길게 꽃과 촛불의 행렬이 이어졌다. 현관 앞에는 흰 국화꽃 다발과 함께 실종자의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매달려 있었다.

이당권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문화원장은 “헝가리에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고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경제·문화적으로 가까워지면서 한국에 우호적인 정서가 형성됐다”며 “평소에 갖고 있던 우호적 감정이 이번 사고에 대한 이례적인 추모와 애도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다페스트 = 글·사진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