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국 잠수부 투입 준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탑승했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한 지 닷새째인 2일(현지시간) 사고 현장인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 정박 중인 배에서 한국과 헝가리 수색팀이 잠수 작업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악천후에 무리한 추월 시도
‘쾅’ 추돌 뒤 무시한 채 운항
1분뒤 후진… 45초있다 도주

주변 유람선들 헬기 요청에
경찰 “날씨 안좋다”며 외면
실제론 비행가능 기종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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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허블레아니호의 침몰사고가 ‘인재(人災)’임을 뒷받침하는 당시의 무선 교신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2일 인덱스, 네프자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시 바이킹 시긴호는 제대로 된 경고 방송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다 허블레아니호를 들이받았다. 당시 사고지점은 교각 바로 아래로 이곳은 다뉴브강의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유속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배의 조종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이런 현장의 상황을 무시하고 추월을 시도한 운전이 결국 두 배의 충돌과 참사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당시 다뉴브강에 있던 선박들끼리의 무선 통신 속에서도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 등에 경고를 하는 내용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고 당시 운항 선박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헝가리의 유명 항해사인 아론 메데르는 “수위가 높아졌고 다리가 곡선 형태인 만큼, 거대 선박인 바이킹 시긴호는 가장 넓은 다리 중앙 부분을 통과해야 했지만, 한계를 넘어서 옆으로 붙었다”고 문제점을 분석했다.

사고 발생 이후 바이킹 시긴호가 사고를 인지하고도 현장을 떠났다는 소위 ‘뺑소니’ 정황이 드러나면서 인재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1일 허블레아니호의 소속사인 파노라마데크가 속한 운항동맹 크루즈 얼라이언스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바이킹 시긴호는 처음 오른쪽 뱃머리로 허블레아니호의 뒷부분을 들이받았고, 이후 허블레아니호는 자신보다 약 25배나 무거운 바이킹 시긴호 아래로 완전히 깔려 추돌 7초 만에 침몰했다. 바이킹 시긴호는 처음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듯 그냥 진행했지만 영상에서 이 배 승무원들이 구명조끼 두어 장을 강 위로 던지는 장면이 포착됐고, 사고 발생 1분 뒤 후진해서 사고 현장으로 돌아와 약 45초간 머물다 다시 전진했다. 이후 약 45분을 더 진행하던 바이킹 시긴호는 현장에서 북쪽으로 1㎞쯤 떨어진 지점에 정박했다. 사고 자체를 몰랐다면 후진해 돌아올 이유가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과 평가다. 현재 바이킹 시긴호의 유리 C 선장은 태만 및 부주의 혐의로 헝가리 검찰에 구속된 상황이다. 인덱스는 헝가리 법 체계상 유리 C 선장이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 징역 2∼8년이 선고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구조당국 간 호흡이나 구조에도 허점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날 구급차의 현장 도착이 지연됐다는 소식 외에 무선 분석 결과 주변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던 유람선이 헝가리 경찰당국에 항공 지원을 요청했으나 경찰청은 악천후를 이유로 구조 헬기를 현장에 투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네프자바 등 현지 언론은 “경찰이 악천후에도 비행이 가능한 구조용 MD-902 헬기 10여 대를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사고 발생 15일 전까지 대대적인 홍보를 해 왔다”며 경찰의 항공 지원요구 거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