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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브렉시트 반대 정당이 2위
보수당·노동당 모두 눌러 파란
獨 극우정당 AfD도 위력 확인
노란조끼·환경문제·反난민 등
기존정당, 현안 대처 못한 탓

26일 끝난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포퓰리즘 계열의 대약진으로 유럽 정치권은 기존 정치세력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대결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유권자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노란조끼 시위, 난민과 환경 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응징했다. 대신 제3세력이 약진하면서 유럽 정계가 큰 지각변동에 휩싸이고 있다. 그동안 과반 연정체제를 통해 유럽의회를 이끌어오던 유럽국민당(EPP) 그룹과 사회당(S&D) 그룹은 새로운 연정파트너를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

한국시간 27일 오전 11시 기준 이번 선거 개표 결과에서 극우·포퓰리스트 정당 연합체인 유럽민족자유(ENF)와 자유와직접민주주의(EFDD) 그룹 등은 총 114석을 획득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에서 극우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프랑스에선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국민연합(RN·ENF 소속)이 22석으로 집권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중심의 연정(21석)을 앞서 최다 의석을 차지했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노란 조끼’ 시위 등에 따른 시민들의 반감이 RN으로 반영된 결과다.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 찬성·반대 정당이 각각 1, 2위를 차지하면서 복잡한 국면을 맞게 됐다. EFDD 소속인 브렉시트당이 최다 의석인 29석을 차지했고, 브렉시트 반대파인 자유민주당이 16석으로 2위에 올랐다. 기존 영국 정당의 ‘양대 축’인 노동당과 보수당을 모두 제친 셈이다. 3년을 끈 브렉시트 문제를 기성 정당이 전혀 해결하지 못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양쪽으로 갈라진 현상을 보여준다.

극우의 약진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유럽 최대의 표가 걸려 있는 독일 지역에서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1석을 얻었다. 이탈리아에선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이끄는 동맹이 28석으로 1위를, 연정인 오성운동이 14석으로 3위를 차지했다. 폴란드에선 집권 유럽보수·개혁그룹(ECR)이 속한 법과정의당(PiS)이 1위를 차지했다. ENF와 EFDD, ECR 등은 유럽의회 내에서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질 전망이다. 녹색당은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성 정당에 대한 반감 때문에 기존보다 증가한 70석을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EU의 향후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것이 난민 정책으로 극우·포퓰리즘 정당은 유럽의회에서 의회의 권한을 총동원해 EU 난민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EU가 일괄적으로 난민을 받아 각국에 할당하는 형태의 난민 수용에는 큰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세력이 상당 정도 축소된 기존 정치세력은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 중도주의인 자유민주동맹(ALDE) 연합이나 녹색당 등과의 연대를 추진할 전망이다. EPP나 S&D로서는 반(反) EU를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즘 세력과 연대하기보다는 결국 EU를 지지하는 ALDE나 녹색당 그룹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만일 녹색당이 연정에 참가할 경우 기후변화 대책 마련이 가속화될지 관심이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