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그룹 대표가 차지하지만
구속력 없고 일부 국가 “반대”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 유럽국민당(EPP) 그룹과 사회당(S&D) 그룹의 과점 체제가 붕괴하면서 차기 유럽연합(EU) 지도부 선출에도 변수가 생겼다. 특히 향후 5년간 EU를 이끌 집행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전보다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26일 AFP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가장 유력한 EU 집행위원장 후보이던 만프레트 베버 EPP 대표의 선출 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당연히 집행위원장이 될 것으로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이번 선거 출구조사 결과 EPP는 179석을 얻어 간신히 제1당 지위를 유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PP와 S&D가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 반면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유럽민족자유(ENF), 자유와직접민주주의(EFDD), 유럽보수·개혁그룹(ECR)은 총 172석을 차지하며 급부상할 것으로 나타났다. 세 극우 정당들은 이전부터 하나의 정치그룹으로 통합할 가능성을 언급해왔는데, 이들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유럽의회 내 제2당이 되며 베버 대표를 위협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며 이탈리아의 동맹,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극우 정당의 부상으로 집행위원장 당선 가능성이 전보다 좀 더 높아졌다.

스피첸칸디다트(수석후보) 제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와 베버 대표의 입지는 계속 좁아지는 상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일부 회원국 정상이 이 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EU 정상회의가 독립적 추천권을 행사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의 정상들 역시 스피첸칸디다트 제도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피첸칸디다트 제도는 유럽의회에서는 지지율 1위에 오른 정치그룹 대표가 집행위원장을 차지하는 제도로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이 이 방식을 통해 선출됐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EPP가 의석을 상당수 잃게 된 만큼 베버 대표의 발언권이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47세인 베버 대표는 융커 현 집행위원장에 비해 EU 사회에 잘 알려지지도 않고 행정부는 물론 EU 집행위에서 활동한 경력이 없다. 유럽 정치권에서는 베버 대표가 낙마할 경우 프랑스 출신 미셸 바르니에가 EPP의 우선 후보로 거론된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