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제언

“개혁의 핵심은 ‘독립성’인데
현재로선 권한나누기에 불과
독립적 검찰총장추천委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기관 개혁의 본질은 기계적인 권한 나누기가 아니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라고 주문했다. 현 정부도 자유롭지 못한 ‘하명 수사’ 등에서 탈피해 국민의 인권과 재산 수호라는 본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수사 기관에 대한 인사권 등 청와대가 가진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혁의 최우선 가치로는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꼽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권 오남용을 방지하고자 경찰권을 강화한다는 건 오른손에 있던 권력을 왼손에 나눠주는 것밖에 안 된다”면서 “대통령과 완벽히 분리될 순 없겠지만, 제3의 기관이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측근 김경수 경남지사(당시 국회의원)가 연루된 것으로 판명난 ‘드루킹’ 김동원 씨에 의한 댓글조작 사건이 수사 기관이 권력의 눈치를 본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심지어 수사 초기 경찰 수사책임자는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대부분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거의 읽지조차 않았다”고 말해 ‘김경수의 변호인이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후 법정에서 밝혀진 진실은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인사청탁 등 유인을 제공하며 댓글조작 작업을 지시, 사실상 범행 전반을 ‘지배’했다는 것이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국민이 봤을 땐 검찰이나 경찰이나 다 똑같다”면서 “경찰은 말할 것도 없고 검찰 역시 드루킹 사건을 뭉개다가 결국 특별검사에게 넘겼는데 국민은 이런 걸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수사 기관 개혁이 기계적 권한 나누기에 집중되다 보니 적폐 청산 충성경쟁이 나타난다는 점도 문제다. 과잉, 표적 수사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청와대가 수사 기관 개혁의 표면적 방향으로 내세우는 국민의 인권 보호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으로부터의 인사권 독립이나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통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로 헌법학자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핵심은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라면서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만들어지더라도 법무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이 과반수가 돼서는 안 되고 각종 법조 직역(대한변협 등) 대표나 국회, 특히 야당 몫을 늘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김리안·김수민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