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해구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 이석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문 대통령, 박상기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국정원·검·경 개혁 전략회의

“국민의 준엄한 명령” 거론하며
제도화까지 ‘쉼없는 개혁’ 주문

일제 치하 권력기관 사례 들며
“정권에 봉사하는 일 타파해야”

盧정부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
‘검·경 수사권 조정 실패’ 꼽아
권력기관 개혁 법제화 강력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들 3대 권력기관 개혁 작업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상황에서 개혁의 새로운 추진 동력을 마련하고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등을 함께 청와대로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권력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검찰과 경찰이 일제시대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던 사실을 지적하며 “권력기관 개혁은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시대적 과제”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정권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권력기관이야말로 100년 전 선조들이 온몸을 던져 타파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 기저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며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하지 못했던 경험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민주당 당 대표 시절인 2015년 “노무현 정부를 마친 이후 가장 후회되는 일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 국정원 댓글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국정원을 개혁하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대선 불복’이라며 윽박지르는 것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국정원법 개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 주요 권력기관 개혁 과제는 국회 입법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 의지만으로는 끝맺음을 할 수 없다. 이해 당사자인 해당 권력기관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것은 물론, 야당도 설득해야 한다. 이날 회의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박영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이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도록 공수처법, 국정원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입법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한 데 이어 이날도 “연내 입법에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2월 예정된 여·야·정 국정 상설 협의체에서 관련 논의의 물꼬를 트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 5·18 망언 논란 등으로 국회가 공전과 갈등을 반복하는 가운데 여·야·정 협의체 개최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더구나 한국당 등 야당이 공수처 설치 등 법안 처리에 계속 반대하고 있고 검찰과 경찰이 모두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연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