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공동행사 개최 제의
장소 등 北답변 기다리는 중

정부가 3·1절 100주년 남북 공동행사의 우리 측 안을 북한에 전달한 가운데 남북 행사가 열리는 장소와 행사 규모, 참석 인사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의회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과거사 청산, 국교 정상화를 강조하는 등 대북 ‘러브콜’을 보낸 상황에서 남북이 3·1절 100주년을 계기로 대일 공동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3·1절 100주년 남북 공동행사 개최안을 북측에 전달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정부는 상징성 있는 장소에서 남북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음악회·축하공연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행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세워놓고 있다. 장소는 서울·개성, 평양 등을 북측에 복수로 제의했고, 북측 반응에 따라 유동적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에서 국가 정통성의 뿌리로 3·1절을 평가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3·1절에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아 북한이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는 데 어느 정도 의지를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역시 반일 투쟁의 차원에서 3·1절의 의미를 평가하지만 대내적으로 특별히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선국민회 창설 100주년인 2017년에 북한은 대규모 중앙보고대회를 열기도 했다.

반면 북한이 남한과의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해 일본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3·1절 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아베 총리는 올해 의회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언급할 만큼 북·일 관계 개선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이 3·1절 행사를 계기로 대일 공세를 강화해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전후 배상금을 받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