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정부 역사개입’ 우려

정부와 여당이 대대적인 기념사업 등을 통해 역사 문제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권이 ‘톱다운’ 방식으로 역사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옳지 않을뿐더러 불필요한 왜곡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학자인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30일 통화에서 여권에서 3·1운동의 명칭을 ‘3·1혁명’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 “3·1운동을 혁명으로 보는 것은 학계에서도 일반화하지 않은 얘기”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3·1운동은 정확한 지도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만세운동이라 정확한 이념적 방향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면서 “3·1운동으로 식민지 체제가 해소된 것도 아니고 정권이 바뀐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혁명이라는 규정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특히 “다수 학자가 동의하지도 않는 것을 정치인들이 ‘톱다운’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권력이 역사에 개입하는 행태로, 국정교과서를 추진해 비판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역사와 정의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당·정·청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당시 박명림 연세대 교수 겸 김대중도서관장은 “혁명은 프랑스·러시아 혁명 등 내전처럼 정통성을 다투는 두 집단 간 대결에서 체제가 전복됐을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지 식민지나 반식민지 사이, 민족 간에 쓰는 말이 아니다”면서 “혁명이란 단어는 신중하게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