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그룹·의회보고서 이어
DNI국장 등도 ‘對北 의구심’
‘핵개발지속’ 증거확보 시사도

트럼프 대북정책과 상반 발언
2차미북정상회담 회의론 확산
남북경협 등 제동걸릴 가능성

2월 말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미국 전문가그룹과 의회에 이어 정보기관 수장들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면서 2차 정상회담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정보기관 수장들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정면 반박(contradiction)’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 16개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9일 워싱턴DC 캐피털 힐 하트세넛 빌딩 216호에서 진행된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정보기관 수장들을 대표한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이 대량파괴무기(WMD) 역량을 유지하려 하고 핵무기와 생산능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며 “우리 평가는 완전한 비핵화와 상충하는 일부 활동에 대한 관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한 것과 달리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지속 중인 증거를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언론들이 최근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핵·미사일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갔다고 보도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이날 정보기관 수장들의 발언은 미국 내 전문가그룹의 우려와 의회 보고서에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2차 정상회담 회의론을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북한이 핵무기 포기와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백악관의 낙관적 시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기관 평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직접적으로 반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도 “백악관이 2월로 예정한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코츠 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을 중국, 러시아 등과 함께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위험국으로 지목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은 사람들의 마음과 기계에 위협을 가하기 위해 점점 더 사이버 작전을 활용하고 있다”며 “북한은 금융기관에 대한 중대한 사이버 위협을 가하고 있고, 파괴적 사이버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CNN은 “정보수장의 진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낙관론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고 전했다.

한편 DNI는 이날 상원 정보위에 제출한 ‘세계적 위협’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이 제재 약화를 위해 외교적 관여 정책을 활용 중이라며 도로·철도 연결, 남북군사합의 등에 합의한 남북정상회담을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와 의회가 남북이 추진 의사를 밝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아져 향후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