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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뀔때마다 철거 갈등

과거 국가 발전과 호국에 이바지한 공로와 업적 등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전국 곳곳의 인물 동상들이 시대적 상황변화라는 이유 등으로 철거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30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에서는 지난해 11월 반공의 상징으로 지역 초등학교 12곳에 설치된 ‘이승복 동상’(사진)의 철거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노옥희 교육감이 교육청 간부회의에서 “이승복 동상은 시대에 맞지 않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른 시일 안에 없앴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울산지역 보수단체들이 “이승복 사건은 확연한 역사의 사실로, 남북분단 상황에서 반공교육의 상징인데, 갑자기 동상 철거를 지시해서야 되겠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논란이 일자 울산시교육청은 동상 철거는 학교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입장을 정리했으며, 이후 울산지역 초등학교들은 이승복 동상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세워진 ‘맥아더 장군’ 동상도 철거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맥아더 장군 동상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1957년 9월 15일에 건립됐다. 하지만 2004년 인천상륙작전 당시 희생된 무고한 양민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이후 반미 단체에서는 ‘민족 분단의 원흉이자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라며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반면, 보수단체에서는 ‘대한민국을 구하고 자유 진영을 수호한 영웅’으로 묘사하며 동상 존치를 주장,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2005년 9월 당시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헨리 하이드 위원장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동상을 철거할 거면 미국으로 양도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고, 우리 정부는 “동상을 잘 지키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답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과 10월에도 반미 성향의 단체에서 또다시 맥아더 동상을 훼손,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논란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전 배재대 교정에 서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한 철거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 동상은 지난 1987년 배재학당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로 총동문회가 건립해 세운 것으로, 이후 2차례 철거와 세워지기를 반복하다 2008년 다시 세워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념대립이 거세지면서 철거와 재건이 반복된 셈이다. 동상 철거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전 YMCA,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평화나비네트워크 등 50여 개 지역단체들이 지난해 4월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을 결성한 뒤 “이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100만 명이 넘는 민간인 학살을 지시한 최종 책임자”라며 동상 철거를 주장했다.

보수진영은 반발하고 있다. 나라지킴이고교연합과 전국구국동지연합회는 지난해 11월 대전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건국의 아버지인 이 전 대통령을 격하하고 충청인과 자유대한민국 국민을 능멸하는 행위를 멈추라”며 동상 철거 결의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