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중부고속도로 경기 하남드림휴게소에 입점한 ex-cafe 1호점. 이 매장은 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이 대표인 커피 추출 기계 제조업체 ‘테쿰’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김태우 “道公 관련 첩보 묵살”

휴게소 입점 카페 특혜 의혹
이강래·우제창 與인사 연루

靑 “궁지 몰리자 의혹 제기”
도공도 “몰아주기 사실아냐”

시민단체 고발땐 수사 가능성
李사장 거취 등 거론될수도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한국도로공사의 전 여당 의원 특혜 제공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도로공사 측의 입찰 과정 등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도로공사는 19일 김 수사관이 제기한 특혜 제공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수사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이 같은 당 출신 우제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휴게소 입점 카페 매장 원두 공급권을 몰아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썼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값싸고 질 좋은 커피를 파는 ‘ex-cafe’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새로 여는 카페 조건으로 ‘싱글 오리진(한 종류의 원두만을 사용)·자동 드립 방식(뜨거운 물을 천천히 통과시켜 커피를 추출)’으로 커피를 판매할 것을 제시했는데 이 조건이 우 전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 ‘테쿰’에 유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남휴게소 ex-cafe 1호점을 테쿰이 직접 운영하게 된 이유도 의문이 나온다.

김 수사관이 이날 제기한 의혹은 공기업 비리 의혹으로 그동안 제기해 왔던 문제와 성격이 다르다. 청와대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 등이 계속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비리 의혹 제기는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수사관이 언급한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 수수 의혹은 공소시효 만료로 현재 수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등 김 수사관의 처신 문제뿐 아니라 김 수사관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로공사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 등의 고발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관련자 소환 및 증거 수집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사관의 추가 의혹 제기 등이 있을 경우 공기업 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 수사관이 직무에서 배제된 이후 도로공사 관련 보고서를 썼고, 보고를 묵살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미 언론 등을 통해서 문제 제기가 됐던 사안으로 도로공사에 충실히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이와 관련한 별도의 해명을 하지 않았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궁지에 몰린 김 수사관이 이런저런 의혹 제기를 하고 있는데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날 우 전 의원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휴게소 커피기계 납품 등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휴게소 고객불만 개선사항으로 커피 항목이 있었다”며 “기존 가압식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가격과 질을 개선하기 힘들어 드립식 싱글 오리진 방식으로 변경을 제안하는 관련 부서의 보고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혜 의혹이 있는 해당 업체가 우 전 의원의 사업체라는 사실은 선정 당시 몰랐다”며 “변경된 기준에 다른 업체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병채·박민철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