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의혹 휴게소 돌아보니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카페 매장(ex-cafe)의 커피 추출 기계 공급권을 우제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인근 커피숍 등에서는 매출 하락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선정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인근 커피숍보다 낮은 ex-cafe의 임대·수수료 탓에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우 전 의원은 당시 같은 당 원내대변인이었다.

19일 경기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기흥휴게소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A 씨는 “17일에 저기(ex-cafe)가 열면서 매출에 악영향이 있을 거 같아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ex-cafe가 입점한 아웃렛 앞에는 조정식(경기 시흥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낸 화환도 놓여 있었다. 해당 화환에서 조 의원의 이름 부분은 스테이플러로 집힌 상태로 비치돼 있었다.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 경부고속도로 죽암휴게소 주변 상인들은 ex-cafe 입점 이후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ex-cafe가 2500원에 커피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A 씨가 운영하는 커피숍의 커피 가격은 4000∼6000원대로 ex-cafe 커피 가격의 2배다.

가격 차가 가능한 이유는 임대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x-cafe의 경우 임대·수수료가 매출의 43%인 반면 인근 커피숍은 52%였다. 특히 ex-cafe 1호점을 운영하는 업체는 우 전 의원이 대표로 있는 커피 기계 회사 ‘테쿰’이다. 이어 문을 연 7개 카페 중 6곳도 테쿰의 커피 추출 기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선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도로공사는 새로 여는 카페 조건으로 ‘싱글 오리진·자동 드립 방식’ 커피를 판매할 것을 제시했다. 또 다른 커피숍 운영자 C 씨는 “누구나 맞춰줄 수 있는 조건”이라며 “그 조건 때문에 선정됐다면 다른 업체는 그 조건조차 안 된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혜 의혹은 전 특감반원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보고서에 등장했다. 청와대 측은 이 같은 보고서가 김 수사관의 ‘비위 의혹’ 이후라 윗선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청와대는 관련 의혹이 확산되자 뒤늦게 “이 사장의 비리가 있다면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화성 = 김수민·기흥 = 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