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포기란 우리 삶의 초라함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함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모두 초라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255쪽)

일본의 심리학자 기시미 이치로가 ‘미움받을 용기’를 말했다면 팟캐스트 ‘공공상담소’ 운영자로 잘 알려진 정신분석가 이승욱은 ‘포기하는 용기’를 말한다. 이번 주에 나온 ‘포기하는 용기’(북스톤)에서 그는 포기야말로 인생을 아름답게 한다며 정당한 포기는 지혜와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힘들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렇게 괴로울까요.” 그의 상담소를 찾아온 많은 이가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삶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한쪽 접시엔 욕망이 올려져 있고, 다른 한쪽엔 현실이 올려져 있는 균형저울의 어느 한쪽이 무거워지면서 균형이 깨진 것이다. 삶이 고통스러운 순간은 대체로 현실에서 가진 것보다 욕망의 무게가 더 무거울 때다. 그러면 사람들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실의 저울에 무언가를 더 올려놓으려 애쓴다고 한다. 자녀의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 더 많은 수입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균형을 맞추는 길에는 현실의 쟁반에 더 얹는 방법뿐 아니라 욕망의 저울을 덜어내는 방법도 있음을 잊지 말라고 한다. 바로 포기하는 용기, 포기의 지혜다.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을 타인에게 수혈받아 채우려는 욕망을 포기하라고 한다. 이는 불안이 되고 그의 불안은 자녀의 불안으로 대물림된다. 저자는 세상을 망치고 주변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모두 과도하게 팽창된 자아를 가지려는 욕망 때문이라고도 했다.

과장된 욕망을 버리고, 잘나 보이려는 욕망을 포기하라고, 우리들 모두 스스로 초라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많은 초라함을 연민할 수 있고, 또 스스로 자기 삶에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말한다. 256쪽, 1만4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