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집중조사
양승태 前대법원장도 임박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고 전 대법관까지 검찰에 불려 나오면서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3명 모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대해 강도 높게 조사했다. 오전 9시 10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한 고 전 대법관은 취재진에게 “제 행위로 인해 사법부를 사랑하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바른 재판을 위해 힘쓰는 후배 법관 및 법원 구성원에게 송구스럽다”며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길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법조비리 무마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걸쳐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는 고 전 대법관이 공범으로 17차례 등장한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하면서 2016년 부산 법조비리 사건을 은폐하고,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전관로비’ 사건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검찰 수사기록을 빼냈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재판 개입,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직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동향 파악, 법관 사찰 등의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에 이어 고 전 대법관까지 전직 법원행정처장들이 모두 검찰에 불려 나옴에 따라 임 전 차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돼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만 남았다. 검찰은 조만간 박 전 대법관의 신병처리 방향과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고 전 대법관의 전임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던 박 전 대법관은 3차례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