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강행’ 의지 당정이 대기업 이익 일부를 중소 협력업체와 공유하도록 법으로 사실상 강제하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내년 상반기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홍종학(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자리에 앉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③ ‘이익 공유’ 강요하는 정부

해외협력업체로 이전땐‘최악’
中企 “납품마저 못하나” 우려
대기업 “자영업자들 죽이는
최저임금정책 재판될 것” 비판

상경계교수 100명 여론조사
“법제화 반대” 72%로 압도적
“中企에 부정적영향”44%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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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자영업자만 사지로 몰아넣은 최저임금 정책의 재판이 될 것이다!”

“10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이 협력업체가 제공한 가죽 값으로 정해지는 것이냐!”

“자칫하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 기회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

정부와 여당이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를 강행하기로 하자, 경제·산업계가 이처럼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수혜 대상인 중소기업계도 깊은 우려를 감추질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A사 관계자는 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 경제정책이 결국 밑천을 드러내고 갈 때까지 간 것”이라면서 “결국 아무한테도 호응받지 못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재탕, 삼탕 하겠다는 건데 영세 자영업자만 죽이고 있는 최저임금 정책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기업 낙수 효과로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발상으로 오히려 중소기업에 독소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협력업체를 외국에서 구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정이 협력이익 공유제를 자율적으로 하겠다고 하지만 일단 법제화하면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게 된다는 것이다. 당장 현실화하면 산업과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 B사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이 용납하겠는가”라면서 “대·중소기업 간의 갈등도 부추겨 앞으로 좌충우돌하면서 시장과 산업에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당국이 낡은 사고방식과 탁상공론으로 한국 경제를 더 어려움에 빠트리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기업 C사 관계자는 “10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이 협력업체의 가죽 값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닌데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얘기하면서 2차 산업 기준으로 시장을 바라본다”면서 “제품 가격은 글로벌 경쟁과 마케팅·디자인 등 유·무형적 요소에 의해 정해지는데, 과연 기여도를 어떻게 따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중소기업계도 우려의 표정이 역력하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상생 문화 정착으로 풀어야 하지 법 규제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면서 “대기업이 해외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중소기업과 동반 진출하지 않아 결국 중소기업의 납품 기회만 사라질 수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학계도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에 반대하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9~10월 동안 서울 소재 상경계열 대학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법제화 반대 입장은 72%로 찬성(17%) 답변보다 무려 약 4.2배로 많았다. 또 협력이익공유제가 되레 중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44%로 긍정적이라고 한 응답자(29%)의 약 1.5배에 달했다.

이관범·권도경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