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련 부처들, 위기 인식차
금융·세제 종합대책 도출 의문

도산에 직면한 기업들이 늘어나며 제조업 전반의 위기가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매몰돼 정책 구심력도 잃어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7일 정부·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위기가 심화한 자동차 부품업계에 긴급 금융지원(보증지원 1조 원)을 결정했다.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부진 및 분기 실적 악화가 하위 협력업체들에 그대로 이어진 결과다. 중소 협력업체들은 위기 속에서 금융기관들로부터 융자를 받지 못하며 한계에 다다랐지만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뿐만 아니라 조선 기자재 업체들도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도산 위기에 내몰렸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최근 수주 실적이 나타나며 반등 기회를 얻었지만 채무 및 신용저하로 인해 신규 대출, 대출 연장 등이 막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선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정책 금융을 지원해 실물 부문의 침체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 내부가 혼란스럽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업 각 분야에 대한 지원 방안을 이달 혹은 연내 내놓기로 했지만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세제, 금융, 고용 등에 속해 경제 관련 부처들의 협조 없이는 종합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정부 내 위기 인식에 대한 온도 차가 존재해 기업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지원책을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정부가 산업적 측면을 도외시하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정책에 집중하는 사이 벌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간기업에 일자리 확대만 요구했지 실제 곪아들어가는 기업 경영 현실은 보지 못한 셈이다. 현 여당의 ‘재벌 특혜’라는 반대 속에 어렵게 제정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은 후에야 보완에 들어갔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