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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국가전략’ 없는 한국

車수출 글로벌 순위서 밀리고
스마트폰·반도체 아성 ‘위태’

정권 바뀔때면 정책 들쭉날쭉
“대기업 중심 산업 인식 강해
정부 지원마저 인색한 현실”

제조업 대체할 新산업도 부재
고부가 비중 中에게 추월당해

세계 제조 강국들이 제조업에 대한 ‘빅 픽처(Big Picture)’에 기반해 제조업 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사이 한국은 정권마다 바뀌는 일관성 없는 제조업 정책을 이어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지만, 축적된 기술을 활용한 사업재편이 활성화되지 않고 신산업도 나타나지 않는 ‘공백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신성장동력, 어떻게 찾을 것인가’라는 보고서는 “정부별로 정책 키워드와 대상 분야를 발표해 추진했으나 정권 교체 시 재검토되는 등 중장기적인 정책 지속성 및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정부 차원의 산업경쟁력 강화 회의도 사안이 있을 때마다 ‘땜질식 처방’ 내놓기에 급급했다. 대통령의 경제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는 올해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7일 확인됐다.

현대차의 3분기 ‘어닝 쇼크’에서 드러나듯 만성적 ‘고비용·저생산’ 구조에서 버텨온 자동차산업은 이미 글로벌 수출 순위가 5위(2013년)에서 8위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의 공세로 세계 1위 자리가 위태롭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점유율 20.1%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점유율 14.4%인 화웨이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한국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경기도 4분기에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세계적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서울대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두 자릿수 점유율을 갖게 되면 자생력을 갖추게 될 것이고 우리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반도체 산업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정부 지원이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도 국내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어려울 때 지원했다”며 “규제를 푸는 것은 정부가 원하는 정책 효과를 내기 위해 기업에 유인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지, 그걸 특혜라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제조업이 체질개선을 미루면서 부가가치는 급감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총부가가치 증가율은 2002~2008년 7.5%에서 2010~2016년 3.8%로 반 토막이 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은 0.6%에서 1.4%, 독일은 2.7%에서 3.9%로 늘었다. 미국도 0.5%포인트 주는 데 그쳤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은 34.6%(2016년 기준)로 미국(38.3%), 일본(36.1%)은 물론, 중국(35.2%)에도 추월당했다.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유휴 생산설비가 퇴출되고 있지만, 기존 기술력을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사업 재편이나, 대체 산업 육성이 활성화하지 않아 제조업 전체가 수축기에 진입했다는 시각도 있다. 9월 반짝 상승하긴 했지만 8월까지 한국의 제조업 생산능력이 6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능력 감소는 고용과 소비 등 거시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경남 거제는 대표적인 조선업 도시인데, 두 조선소의 구조조정 여파로 인구가 2015년 이후 3년 동안 4만 명이나 줄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은 기존 주력산업인 동시에 정보기술(IT), 전기차 배터리 관련 화학산업 등 여러 산업이 복합적으로 융합하는 혁신성장 산업이 될 수 있고, 조선업은 벽에 부딪혀 ‘스텝 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구·개발(R&D)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주는 게 기업을 가장 크게 도와주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승배·김성훈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