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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15개월 공석 끝에 마침내 새로 임명됐다. 금융시장에서 자산 운용 경험이 풍부하고 과거 국민연금공단에서 주식운용실장 등을 한 적도 있어 비교적 무난한 인사라는 평이다. 전임 본부장이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물러났고,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 불안 때문에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는 데다, 올 들어 주식시장 침체로 운용수익률도 급격히 떨어져, 기금 운용 전반의 재점검과 신뢰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연금 기금 1000조 원 시대의 초석을 닦아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있는 신임 CIO는 무엇보다도 먼저 기금 운용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 CIO의 긴 공백 기간을 포함해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이전한 이후 많은 유능한 전문 인력이 이미 떠났고, 그나마 남아 있는 직원들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중심에서 200여㎞ 떨어진 곳에서 우수한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향후 급속히 확대될 해외 투자 업무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역 정서라는 정치논리의 볼모가 돼 있는 현재의 기금운용본부 위치를 바꾸는 것은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신임 CIO는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현 위치에서도 문제없이 잘할 수 있다면 높은 운용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민연금기금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금 운용 거버넌스 개편에도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복지부는 기금운용본부를 상설화하고 위원의 자격을 강화하는 등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금 운용체계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중 3명의 상임위원을 소위원회(투자 정책, 수탁자 책임, 성과 보상 평가)의 장으로 하고, 복지부에 사무기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상설화되는 기금운용위가 CIO를 중심으로 하는 기금운용본부의 투자 결정에 과다하게 간섭하고, 나아가 기금운용위와 기금운용본부가 중요 사안에 대립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잘 살아날 수 있도록 명확한 역할과 기능 분담의 원칙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

한편,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도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일견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 규모인 국민연금이 현재 300개 이상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고, 유수 기업의 주식 지분을 10% 가까이 소유하고 있어 자칫하면 자본주의 시장질서 자체를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의 인선부터 탈(脫)정치적이지 못함을 이번 15개월의 인선 공백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앞선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높이 유지하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민연금 제도 재정 안정화 등을 위한 제도 개편의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올해와 같이 주식 투자의 벤치마킹 지표라 할 수 있는 코스피지수보다 국민연금 주식 투자 수익률이 저조해서는 국민의 부담과 양보를 설득할 수 없다. 신임 CIO는 우리나라와 같이 적립 방식으로 운용되는 공적연금에서 기금 운용이 국민 신뢰의 잣대가 된다는 점을 주지하고, 국민연금 기금 운용을 가능한 한 조기에 정상화해 글로벌 최고 기금으로 성장하는 데 중심이자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