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군비통제” 비판 확산
北GP가 2배 많은데 등가철수
美와 협의 사안… 논란일 듯

남북 군 당국이 평양에서 합의한 비무장지대(DMZ) 비행금지구역 확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은 양측 전력상 특징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불평등 군비 통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합의는 국제사회와의 협의가 필수인 사안이어서 향후 미군 등의 협조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20일 국방부와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군사 분야 합의서’ 상의 지상·해상·공중 완충지대 설정 내용 중 특히 해상·공중 부분에서는 우리 군이 북한군보다 한 발 더 양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평양-원산선 이남에 육해공 전력의 70%가량을 전진 배치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리로선 DMZ 인근의 정찰 감시 활동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에 남북이 DMZ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10∼40㎞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데 합의하면서 우리 군의 정찰 감시 능력만 무력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이 해상에서 합의한 완충 구역을 놓고도 불평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서해 135㎞ 구간, 동해 80㎞ 구간에 완충 구역이 조성되면 앞으로는 NLL 부근 해역과 서해5도에서 북측 기습공격에 대비한 우리 해군과 해병대 훈련을 할 수 없게 된다.

남북의 해상 완충 구역 규모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국방부는 당초 서해와 동해 완충 구역이 동일하게 80㎞라고 했다. 하지만 서해 상의 우리 측 훈련 중단구역이 더 넓은 것으로 확인되자 뒤늦게 정정하고 “특정 선(NLL)을 기준으로 상호 등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남북이 올해 12월 말까지 11개 감시초소(GP)를 우선 철수하기로 한 점도 북한의 잠재적 도발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북한군은 JSA 내에 박격포와 14.5㎜ 고사총, 무반동포 등 중화기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 군이 일방적으로 DMZ 내 GP 병력·장비를 철수한다면 전시 상황을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 GP는 우리 군 GP(60여 개)의 2.6배 많은 160개가량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북한의 전체 GP 병력은 1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DMZ 비행금지구역 확대, GP 철수 등 JSA 비무장화는 유엔군사령부 및 미군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기도 하다. JSA를 포함한 DMZ가 유엔사 관할 구역이고, 주한미군이 북한 군사 대비 태세를 감시할 목적으로 계속해서 U2 정찰기, 그레이 이글 등 무인기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남북 간의 이번 합의와 배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