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남북이 19일 서명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통해 양측 해안포·함포 포구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를 합의한 가운데 ‘4·27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이틀 앞둔 지난 4월 25일 북한 장재도의 포진지가 닫혀 있는 모습이 인천 옹진군 망향전망대에서 포착됐다. 연합뉴스

- 남북 군사합의 파문 확산

적대행위 금지구역 35㎞차
‘北경비선에 양보했나’ 지적

80㎞ → 135㎞ 논란일자 수정
靑 발표 ‘거짓말 의혹’ 증폭

첨예한 대립 안보사안인데
국방부는 “단순 실수” 해명

남북 간 ‘해상 적대행위 중단’ 차원에서 합의한 서해5도 훈련중단구역이 확실한 기준선 없이 설정됐다고 국방부가 밝히면서 군사 안보 분야 종사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20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기준선 양보’ 의혹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국방부가 당초 서해5도 훈련중단구역의 남북 거리를 각각 40㎞라고 발표했다가 언론의 문제 제기 후 남쪽 85㎞, 북쪽 50㎞라고 수정 발표함으로써 의혹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7년 노무현-김정일 평양 회담 당시의 ‘NLL 포기 논란’이 11년만에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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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훈련중단구역 기준선이 북측의 서해경비계선과 근접하게 그어졌을 것이라는 신빙성 있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이는 북측이 지난 2006년 5월 장성급 회담 이후 주장해온 것으로, 이 문제는 남북 간의 이견으로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을 정도의 민감한 군사 현안이다. 이기식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2006년 회담 당시 우리는 NLL, 북은 서해경비계선을 기준선으로 삼을 것을 주장하며 대립했는데, 이번 훈련중단구역이 서해경비계선을 기준으로 하자는 북측 요구를 수용한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해 훈련중단구역 기준선을 NLL 대신 북측의 서해경비계선으로 양보했다는 의혹이 만에 하나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후폭풍은 거세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북 간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으로 인정돼온 NLL의 포기 논란으로 이어져 국민의 ‘안보 정서’를 심각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서해경비계선 기준선 설정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앞으로 서해 평화수역 조성이나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둘러싸고 북 측의 선점(先占) 효과로 남 측이 불리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국민 눈가림식으로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19일 평양에서 체결된 군사 부문 합의서 관련 해설자료를 통해 서해 훈련중단구역의 남북 길이가 ‘덕적도 이북~초도 이남 구간 80㎞’이며 ‘(NLL 기준으로) 남쪽 40㎞, 북쪽 40㎞’라고 밝혔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은 평양 기자브리핑에서 “정확하게는 그 길이가 북측 40여 ㎞, 우리 40여 ㎞로 돼서 길이가 80㎞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북 길이가 135㎞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남쪽 85㎞, 북측 50㎞’로 수정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완충 구역을 정하는 데 있어 특정 선을 기준으로 상호 등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히면서 공식 사과까지 했다.

특히 이번 훈련중단구역 설정이 NLL 포기 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해5도는 물론 국가 전체의 안보 태세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터여서 파장은 거세질 전망이다. 이 전 사령관은 “NLL 기준선 양보에 이어 수도권 서쪽 방어축 선상의 덕적도 북방에서의 해군 훈련이 금지되고 서해5도 백령도와 연평도 해병부대가 K-9 자주포 등 훈련을 현장에서 할 수 없게 돼 서해5도 대비태세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