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운영 정책홍보 역할
포털에 언론 기사처럼 올려
“국민여론 호도할수도” 우려

정부가 정부시책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사처럼 기자단을 운영하면서 직접 기사를 생산하고, 이를 포털에 일반 언론사 기사처럼 올리는 행태가 반복돼 국민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정부 및 미디어 학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이 생산하는 기사들이 청와대 국정브리핑 등에 연결돼 주요 포털 등에 노출되고 있다.

정부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객관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많은 사안에 대해 ‘정부 찬양’ 일색의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31일 게시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 현장 반응 들어보니’ 기사다. 해당 기사는 일자리안정자금이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줬다며 정부 지원대책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기사가 게재되기 전인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3만여 명의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한 내용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소상공인 업계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받은 소상공인이 35% 정도밖에 안 되는데, 나머지 65%에 대한 지원대책은 없는 실정”이라며 “기대에 못 미치고, 근본적인 문제도 건드리지 않은 대책을 정부가 그런 식으로 홍보하려고 나섰다는 데 가슴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이번 달 건강보험료 절반 이하로 뚝!’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일부 학생의 건강보험료가 인하된 것을 마치 전 국민이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 기금 고갈 예상으로 국회 등에서 보험료 인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전혀 상반된 내용이다.

문제는 이런 일방적인 정부 홍보성 기사가 권력 감시·비판 기능을 갖는 언론 기사 보도 형식을 취해 언론사 기사와 함께 주요 포털 등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대변인 성명이나 청와대 브리핑 등 다양한 정책홍보 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학과 교수는 “저널리즘이라기보다는 홍보 방식으로 봐야 하는데, 정부가 그런 방식으로 국정 홍보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기자단은 2008년 부처별로 운영되던 국민 블로그 기자단에서 유래했다. 문체부에서 관리·운영하며 현재 1200여 명이 활동 중인데, 대학생들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현안 등 특정 주제에 관해 기사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직접 특정 주제에 관해 기사를 쓰라는 주문은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임대환·김윤림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