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기 전원회의 논란
변화 대신 ‘단결 결의’ 그쳐
野 “이런식으론 협치 안돼”

문재인 정부 2기 출범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재편이 맞물린 가운데, 지난 1일 처음으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가 국정운영 기조와 당·청 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보다는 기존 소득주도성장과 적폐청산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정리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권의 ‘철통 같은 단결’ 결의가 여야 협치 분위기 조성에 역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3일부터 시작된 정기국회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화보다 ‘마이 웨이’ 택한 당·정·청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3일 통화에서 “아직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이어서인지 기존처럼 청와대가 주도하는 구조가 계속 힘을 받고 있다”며 “(1일 당·정·청 전원회의를 통한) 가시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지율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결국 과거 지지율이 높았을 때 효과적이었던 것을 그대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새 국민이 변한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3실장과 비서진, 이해찬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전원, 이낙연 국무총리 등 부처 장관 전원이 참석한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여권은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가속화,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등 6개 항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이뤄내야 할 시대적 소명은 분명하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며 개혁을 강조했다. 당초 회의를 앞두고 당·청 지지율의 동반 하락, 여권 지도부 재편 등으로 당·청 관계의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국정운영 기조도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을 당이 적극 지원하는 구도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어려워진 협치, 정기국회 난항 예상 = 정기국회에서 협치를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게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협치라는 것은 대표들 간의 이야기가 아니고 대통령의 결심 사항”이라며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은 잘못된 게 없다고 하는 상태에서는 협치가 안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의회의 역할이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인데, 집권당이 저렇게 행정부와 같은 편이 돼 버리면 국민의 대표인 의회의 역할은 약화되고 야당은 (정부·여당에)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원장도 “1일 당·정·청 전원회의 분위기라면 국회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병기·김유진·이은지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