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참여연대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정기국회 개혁입법 및 정책과제 제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 ‘4개 반대과제’ 제시 논란

銀産분리·규제샌드박스 등
“무분별 입법” 일제히 반대
9월 정기국회 앞두고 압박

시민단체들 반대 이어지자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 ‘행동’
지난달 규제개혁 1호法 무산

대통령·부총리 호소도 안통해
“지지세력 반대한다고 안하면
집권세력 책임 저버리는 것”

정기국회 개회일인 3일 참여연대가 규제개혁 법안을 ‘반대 과제’로 선포하며 여당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나섰다. 8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해 놓고도 더불어민주당 내부 강경파의 반대로 규제완화 입법에 실패했던 만큼, 당·청 간 엇박자 속에 정기국회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겠느냐는 비관적인 관측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당 의원이라면 시민단체 등 지지층에 욕을 먹더라도 국가 경제를 위해 할 일은 해야 한다”며 “지지층 눈치만 보는 여당 체질이 바뀌지 않으면 대통령의 규제혁신론이 법제화되지 못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정기국회 6대 분야 29개 개혁과제와 4개 ‘반대과제’를 제시했다. 4대 반대과제는 모두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 활력을 찾자는 취지의 법안들이다. 참여연대는 ‘무분별한 규제완화 입법’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규제샌드박스 5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처리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지난 한 달 내내 규제개혁 입법에 반대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지난달 7일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정의당 공동 토론회 개최에 이어, 16일에는 참여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과 규제샌드박스 5법 등 무분별한 규제완화 법안 처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8월 임시국회 이후로도 규제완화에 계속 반대하겠다고 천명했던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노동자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보건의료단체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이 참여한 시민단체 ‘연합군’이 국회 앞에 찾아가 규제개혁 관련 법안 병합 처리 여야 합의를 규탄했다. 특히 27일부터는 참여연대가 4일 연속으로 성명을 내고 여당에 경고장을 날렸다. 30일 성명 제목은 ‘더불어민주당, 은산분리 대원칙 무너뜨릴 경우 역사적 책임 각오해야’였다.

이처럼 시민단체의 압박이 이어지자 지지층 반발·이탈을 우려한 여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개혁 1호 법안마저 무산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2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정부가 규제개혁을 위해 노력해도 국회가 도와주지 않으면 연목구어(緣木求魚·목적이나 수단이 일치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이 경기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데이터 관련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보를 한 날에도, 홍 원내대표는 충남 예산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일방적으로 청와대나 정부가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이 들러리 서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완화 없이 혁신성장은 불가능하고, 혁신성장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규제개혁 입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필수적”이라며 “당·정·청에 참여연대 출신이 많고 영향력이 커서 ‘참여연대 공화국’으로 불리는데, 지지세력이 반대한다고 국가가 나가야 할 방향과 반대로 간다면 집권세력으로서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 교수는 “또다시 규제개혁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대통령의 혁신성장 의지도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방승배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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