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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업법 개정 모른 채 허가
아시아나항공과 형평성도 문제

진에어, 신규 항공기 도입 철회
오너家 잘못에 유·무형 ‘손실’

국토교통부가 17일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면허 취소 입장을 철회한 것에 대해 진에어와 한진그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실 항공사 면허 취소를 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경미해 국토부에서 결국 면허 취소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도를 넘어선 행동에 대한 전 국민적인 분노를 등에 업고 초강경 입장을 견지해 ‘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진에어는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국토부의 면허 취소 추진이 남긴 여파는 적지 않다. 일단 국토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행정 당국으로서 신뢰에 적지 않은 흠집을 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사진)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 2010∼2016년 진에어 등기 이사를 맡았는데 이는 외국인 임원을 배제하도록 한 구 ‘항공법’(2017년 3월 ‘항공사업법’으로 개정)을 위반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러한 위법행위를 한 진에어에 대해 면허 취소를 추진했으나, 여기에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또 다른 항공 관련 법인 ‘항공안전법’에선 외국인 임원이 있다 하더라도 전체 임원의 과반수가 아닐 경우 항공운송사업 면허 유지가 가능하다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당초 조 전 전무가 미국 국적으로 진에어 등기 이사로 재직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진에어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에어인천 등에 외국인 임원이 있는 것도 사건이 공개된 이후에야 인지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안전법과 항공사업법 간 충돌과 함께 국토부의 관리 책임 문제가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진에어에 대한 면허 취소 추진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많다. 조양호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11개 기관을 중심으로 조 회장 일가와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해 샅샅이 문제점을 들춰냈다. 국토부의 면허 취소 추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오너 일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과, 1900여 명 진에어 임직원의 생존 문제를 분리하지 않은 채 ‘묻지 마’ 식으로 여론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진에어는 이번 소동으로 적지 않은 것을 잃었다. LCC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에어는 이달 초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국토부의 등록 인가 연기로 이를 철회해야만 했다. 더욱이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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