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행위 단속 명분
납품가인상·수수료인하 강요
“가격원칙 무시한 反시장 정책”

공정거래위원회가 외식·편의점 등 6개 분야 81개 가맹본부의 불공정 거래 행위 감시 강화에 나서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떠넘겨 비껴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대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가 인상과 가맹본부의 가맹 수수료 인하를 압박해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받는 영세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노골적인 시장 개입에 따른 ‘기업 쥐어짜기 방식’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17일 “지난해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한 결과,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81개 가맹본부로부터 서류를 제출받아 조사하고 있다”며 “법 위반 혐의가 높다고 판단되는 외식업·편의점 등 6개 분야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지난주부터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에 추가로 200개 대형 가맹본부와 거래하는 1만200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해 가맹시장의 법 위반 실태를 자세히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정위는 앞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납품 단가 조사에 대해 시장 가격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시장 가격 왜곡을 초래할 수 있어 과도한 개입은 안 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편의점주가 주장하는 납품단가 인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편의점에 공급하는 단가를 말하는 것으로 유통차액을 거론한 것인데, 이는 시장 가격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공급가격이 ‘높다 낮다’를 판단할 근거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거세지자 말이 달라진 것이다. 공정위가 ‘시장 가격의 기본 원칙을 지키겠다’는 방침을 뒤집고, 최저임금 상승 부담 완화를 위한 후속 대책으로 반시장적인 개입과 옥죄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정위는 또 최저임금이 오르면 가맹금을 내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가맹표준계약서가 널리 사용되도록 사용현황공개·공정거래협약 평가요소 확대 반영 방안 등을 올 하반기부터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편의점 분야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부당반품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지속 감시하고 적발되면 엄중히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편의점 ‘한국 미니스톱’에 대해 판매장려금으로 231억 원을 받은 위반 행위가 적발돼 2억3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