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능후(왼쪽부터) 보건복지부 장관,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참석해 저출산 대책 발표를 듣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올 ‘출산율 1명’ 붕괴 위기감
끌어올리기 정책 한계 인식

일자리·결혼·교육 등 집중
생애주기별 ‘삶의 질’ 개선

남녀불평등·육아비용 완화
출산기피 분위기 전환 목표

정부가 5일 내놓은 저출산 대책의 가장 큰 변별점은 종전 국가 주도의 ‘출산율 끌어올리기식’ 목표에서 탈피해 아이를 키우는 고충과 애로가 가장 집중된 2040세대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데 있다. 10여 년간 100조 원 이상을 출산·보육정책에 쏟아붓고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자성에서 비롯됐다.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뀐 배경이다. 출산·보육 초점에서 일자리, 결혼여건, 워라밸, 교육 등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지원을 하면서도 ‘아이와 부모 모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 바뀌게 된다. 결혼에서 출산, 양육에 이르는 선순환 경로를 저해하는 장시간 근로, 남녀 불평등, ‘독박육아’, 거주 및 의료비용, 돌봄비용 부담, 높은 사교육비 등을 보완해 저출산 추세를 근본적으로 완화하는 게 목적이다.

5일 통계청,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올해 출생아 수는 약 32만 명으로 출산율이 1.0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출산율은 1.05명, 출생아 수는 35만80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는데 더 가속화하고 있다. 출생아 수 30만 명대 진입 시점은 통계청 추계보다 무려 18년가량이나 앞당겨졌을 정도로 심각하다.

배경택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은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불과 4년도 되지 않은 2022년 이전에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진입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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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결혼과 출산을 하기에는 사회 전반의 고비용 구조가 심화되면서 출산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인위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여성 경제활동 증가에도 불구, 출산·양육 부담이 집중되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경력단절 현상을 빚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보면, 기혼여성이 원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2.25명이지만 실제로는 1.75명에 그쳤다. 소득이 별반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2명 이상 자녀를 뒀다가는 자산 축적 및 직업 경력 지속, 자녀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현실적 생각이 반영됐다.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이상적인 자녀 수와 실제 자녀 수의 간극이 크게 나타난 것은 저소득이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임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 존중 및 삶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의 기조 전환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 주재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제기된 바 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전 대책이 보육 중심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의 일·생활 균형을 통한 ‘워라밸 중소기업’의 확산, 비혼 출산으로 포기하는 아동이 없도록 모든 출생에 대한 차별 없는 지원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청년·여성 일자리, 부동산, 근로·양육환경, 의료, 교육시스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근로·양육환경, 의료비 부담 완화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청년·여성층의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등록금 부담 경감 및 소외계층 맞춤형 교육지원 등의 공교육 강화는 앞으로 일자리위원회,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지속해서 개선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 관계자는 “아동의 행복, 2040 삶의 질 개선이 전반적인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