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절감 지침’효과 의문
초중고는 평가대상서 예외
지자체 “공문 늦게 받았다”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며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공공부문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이 제도적 한계와 지침 전달 지체 등의 문제로 헛바퀴를 돌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선 지침과 상관없이 여전히 일회용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문화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최근 청와대까지 나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정작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일부 공공기관에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일회용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문화일보가 ‘대한민국정보공개’ 사이트에 등록된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주문 관련 문건을 확인한 결과, 최근 1주일간 우산비닐과 일회용 컵 등 공공기관에서 주문한 일회용품 주문이 100건을 넘었다. 이 중 90여 건은 초·중·고교에서 이뤄졌는데, 현행 지침상 일선 학교는 일회용품을 구매하더라도 평가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환경부에 따르면, 앞으로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중앙정부에서 시행하는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평가 점수가 깎이면 교부세나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청 소속인 일선 학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선 학교는 정부의 기관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며 “일선 학교들이 지침을 따를 수 있도록 각 교육청에 다시 한 번 당부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평가 대상인 일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일회용품을 주문한 사례도 있었다. 인천의 한 구청은 최근 우산비닐을 반년 치인 4000장을 구매했다. 구청 관계자는 “관련 공문을 구매 하루 뒤에 받았다”며 “구매한 우산비닐을 환불받을 수도 없고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침 시행 공문을 지난달 15일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보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5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관련 내용을 발표했기 때문에 공문을 늦게 받아 몰랐다는 일선의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