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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걸려라’式 홍보 기승
회원가입 절차 허술 피해 우려
이용자도 형사 처벌 될수도

“전 경기 업데이트 및 24시간 이벤트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월드컵은 XX와 함께 해주세요. 첫 가입 회원은 충전금 20% 더 드립니다. ‘16강 빅 매치’ 러시아 vs 스페인, 브라질 vs 멕시코….”

직장인 김모(27) 씨는 최근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축구 중계 때문이 아닌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끊임없이 보내오는 문자 탓이다. 김 씨는 “월드컵에 큰 관심도 없는데 어떻게 제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한국전이나 16강 토너먼트와 같이 중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문자가 온다”며 “최근 사설 도박 사이트로부터 받은 홍보 문자만 15통”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러시아월드컵이 조별리그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토너먼트 라운드에 돌입하면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홍보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일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멕시코와 8강행 티켓을 놓고 격돌하는 ‘빅 매치’를 앞두고 사이트 운영자들이 문자, SNS, 전화 등을 총동원해 ‘아무나 걸려라’식 무차별 홍보를 일삼고 있다. 한 사이트는 친구 추천 이벤트(사진)를 진행하며 불법 사이트 홍보를 독려하고 있다.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적극적인 홍보로 인해 젊은 층과 청소년들이 ‘베팅의 유혹’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최근 돌고 있는 대부분의 홍보 문자에는 도박 사이트 링크가 함께 첨부돼 있어 클릭 한 번이면 쉽게 회원 가입과 베팅이 가능하다.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별도의 확인절차 없이 가입돼 누구나 도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경기 결과를 맞히는 형태뿐만 아니라 첫 코너킥·첫 득점 맞히기 코너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 베팅 참여를 유도하고 있어 온라인상에서 젊은 층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미 인터넷 도박은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형사 입건된 10대 청소년은 2014년 110명에서 2016년 347명으로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경찰 관계자는 “월드컵 기간 동안 스포츠 경기 중계를 가장한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 도박 증가가 예상돼 유관 기관과 협조해 집중적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 행위에 대해서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제외한 모든 형태의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불법으로 개설자뿐 아니라 이용자들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