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中 정상회담 의미

韓美연합훈련 유예 성과에
시진핑 “조미합의 높이 평가”

김정은, 제재완화 요구 가능성
귀국전 中경제시설 등 방문

“北中 우호관계 안 변할 것”
비핵화협상 中역할론 강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결과를 끌어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목된다.

이와 관련, 방중 이틀째를 맞은 김 위원장이 20일 베이징(北京) 농업과학원에 들른 것은 북·중 교류 협력 강화를 모색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분위기를 이끌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일 중국 언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 건설에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조·미 회담이 각국의 이익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성과를 거뒀다”며 “조·미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달성한 공동 인식을 한 걸음씩 착실히 이행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새로운 중대 국면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의 이 같은 미·북 회담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북한과 중국 간 이해관계의 접점에 있는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지와 한·미군사훈련 동시 중단)이라는 최대의 성과를 거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주변의 미군 전략자산 전개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던 중국은 그동안 쌍중단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최근 경제 건설 집중 노선을 천명한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란 미·북 정상회담 성과를 시 주석에게 알리고 그 대가로 경제 협력 대폭 강화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귀국에 앞서 베이징에 있는 농업과학원을 찾은 것도 첨단 농사기술 부문에서 중국의 지원을 유도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북·중 경제 협력 강화 분위기를 통해 이미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제기한 중국 및 러시아 등과 공조체제를 확고하게 다지면서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를 끌어내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주석도 “중국은 북한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지지하며 북한이 자국 국정에 부합하는 발전의 길로 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대북 경제 지원을 구실로 향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미·북 간의 실무협상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에 대한 북한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시 주석은 “미·북 양측이 정상회담 성과를 잘 실천하고 유관 국가들이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중국 측이 한반도 비핵화 추진과 평화 및 안정 수호 방면에서 보여준 역할에 감사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중국 역할론에 대한 공통 인식은 일각에서 제기됐던 ‘차이나 패싱(배제)론’을 일축하고,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라는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적극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시 주석이 ‘북·중 두 당과 두 나라 관계의 불패성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