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섣부른 합의’ 방지 목적
“北 비핵화 이행 적극 감시해야”
상원, 美北회담 합의 비준 추진

미·북 정상회담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의회가 북한 비핵화 관련 ‘나쁜 합의’를 막기 위해 향후 협상 및 비핵화 진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부에 관련 상세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중진인 엘리엇 엥겔(민주·뉴욕) 의원과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맥컬(공화·텍사스) 의원 등은 이날 ‘북한 핵 기준 법안(North Korea Nuclear Baseline Act)’을 발의했다. 법안이 법제화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60일 이내에 미국 상·하원의 군사위원회, 외교위원회 등 국가안보 관련 위원회에 북한 핵 프로그램 상황에 관한 상세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핵무기 수량이나 위치, 핵 연구·개발·생산시설 위치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위치와 수량 등에 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적시돼야 한다. 또 법안은 행정부가 180일마다 한 번씩 비핵화 협상 진전으로 폐기돼 사용 불가능해지거나 북한에서 제거된 핵·탄도미사일 등에 대한 정보를 추가하는 등 최신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1년에 한 차례씩 검증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엥겔 의원은 성명을 통해 “북한과 성공적 핵 협상을 위해 현재 북한 핵 능력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고 향후 협상이 타결될 경우에도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폐기하는 지를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맥컬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의회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진정으로 이행하는 지 적극적인 감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원의 움직임과 함께 상원에서는 미·북 간 섣부른 비핵화 합의를 막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쉽게 번복할 수 없도록 합의 결과를 ‘협정(treaty)’으로 비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상원 외교위 소속 제임스 리시(공화·아이다호) 의원은 5일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이 협정을 만들어 헌법에 따라 상원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내게 따로따로 말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도 의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행정부가 협상한 타국과의 협정은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비준될 수 있어 이 과정에서 의회의 견제가 가능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으로 법률고문을 맡은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한 비즈니스회의에 참석해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회담 취소를 발표하자 “김정은(북한 국무)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일정을 다시 잡아달라고 엎드려 애원했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