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는 소비자가 늘면서 탈세 목적으로 송금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결제를 요구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서울의 한 지하상가 모습. 자료사진

카카오뱅크·토스 등 보편화
수수료 부담 신용카드 회피
탈세에 악용 자영업자 늘어

카드 거부땐 벌금 1000만원
현금 영수증 미발급도 불법

“현금 없으면 ‘간편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쏴주세요.”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한 의류 매장. 2만 원짜리 티셔츠 한 장을 구매하려 신용카드를 내밀자 점원이 이같이 대답했다. 매대 안에 비치된 소형 안내판을 돌려놓으니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계좌명은 법인이나 상호가 아닌 개인 명의였다. 현금영수증 발행도 안 된다고 했다. 이 점원은 “요즘 손님들이 현금을 잘 안 들고 다녀 앱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워낙 저렴하게 판매하는 거라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가 붙어 더 높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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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금 없이 생활하는 데 익숙해지고, 카카오뱅크나 토스(TOSS) 등 간편 계좌 이체·송금 앱이 보편화되면서 앱 송금을 통해 탈세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간편하게 ‘터치’ 몇 번으로 구매 현장에서 바로 송금이 이뤄진다는 점을 악용한 신종수법이다. 송금 앱을 요구하는 업체 중 상당수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업체 법인이 아닌 개인 계좌로 돈을 받는다.

지하상가나 일명 보세 매장 등에서는 이런 거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4월 서울 이태원 해방촌에서 서점, 액세서리, 빈티지 상점, 소품상점 등 지역 상인들이 이틀간 개최한 장터에서도 곳곳에서 계좌번호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상호가 아닌 개인 이름의 계좌명인 계좌번호로 송금을 요구하고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안모(여·30) 씨도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을 방문했다가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상인 때문에 송금 앱 토스를 통해 모자를 샀다. 그는 “신용카드를 제시하니 계좌번호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며 송금 앱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저렴한 상품이기도 하고 지하상가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인 것 같아 신용카드 결제를 주장하지 못하고 평소 쓰는 앱으로 지급했다”며 “생각해 보니 매번 세금을 저런 식으로 회피하나 싶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에 따라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돈을 받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것도 엄연히 불법이다. 국세청으로의 현금영수증 미발행 신고 건수는 2012년 2501건에서 지난해 8180건으로 6년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 4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가입자는 585만 명을 기록했다. 토스의 경우 가입자 750만 명, 앱 누적 다운로드는 1600만 건을 넘어섰다. 이 외에 NH스마트뱅킹이나 KB국민은행 스타뱅킹 등 기존 은행들도 간편 송금 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는 급격히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은 아예 사업자 등록조차 하지 않은 채 계좌 이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공공구매’ 방식으로 특정 시기에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판매해 계좌 이체로 대금을 받은 뒤 해당 게시글을 지워 정부 단속을 피하는 수법을 활용한다.

국세청 관계자는“물품을 판매하고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정당한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적발될 경우 판매 대금의 50%에 해당하는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현진·임대환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