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봄철에는 일교차가 심하고 땅도 질퍽거리는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평소 등산에 자신이 있던 사람이라도 질병과 부상 위험이 따를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자료사진

- 봄철 산에 오를 때 주의할 점

갑자기 체온 내려갔을 때 대비
옷 여러 겹 입고 재킷도 챙겨야

내리막길 안전사고 위험 더 커
작은 보폭으로 천천히 걸어야

당뇨환자 아침 공복에 산행땐
저혈당 유발할수 있어 삼가야

어지럼증·빈혈 있는 사람 경우
저산소증으로 증상 심해질수도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오는 봄철에는 산으로 떠나는 이들이 많다. 등산을 통해 겨우내 맘껏 즐기지 못했던 산림욕을 하는 것도 좋지만, 평소와 달리 주의해야 할 점들이 많다. 일교차가 심한 봄철에는 평소 등산에 자신이 있던 사람이라도 질병에 노출되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자들은 더 주의해야 한다. 등산하기 전에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지팡이 등 필요한 장비를 적절히 갖춰야 한다. 봄철에는 땅이 얼었다가 녹으면서 평소보다 미끄럽고 질퍽거리기 때문에 본인의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등산객 대부분이 주말에 바짝 즐기는데 등산으로 인한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평일에 2~3일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등산을 통해 화창한 봄 햇살을 만끽하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점들을 점검했다.

◇저체온증과 탈수증 주의 = 일교차가 큰 봄에 등산을 즐길 때 ‘저체온증’을 조심해야 한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이 경우 우리 몸은 전신 떨림 증상을 비롯해 비정상 맥박과 호흡 곤란, 의식 저하 증상 등이 나타난다. 저체온증은 주로 그늘에 앉아 쉬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정상에 올라 휴식을 취할 때 땀이 식으면서 체온도 함께 떨어져 발생한다.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열 손실을 막거나 체온이 내려갔을 때를 대비해 가벼운 재킷을 챙겨야 저체온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산행에 앞서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하면 굳어 있던 근육을 풀어줘 체온을 높이고 심폐 기능 활성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저체온증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탈수 증상도 조심해야 한다. 무리한 등산으로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발생할 수 있다. 탈수증이 나타나면 손발이 저리는 근육통이 생기고 갈증이 심해지면서 맥박이 빨라지고 두통과 구역질이 동반된다. 심하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조영덕 고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24일 “땀을 과도하게 흘려 발생하는 수분 결핍성 탈수증과 염분 부족으로 저나트륨증이 나타나면 부족한 체액과 염분을 보충해야 한다”며 “물보다는 소금을 탄 식염수나 스포츠음료 등을 자주 마시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만성질환자는 등산 자제 = 등산은 좋은 운동이지만, 응급 상황에서 대처가 쉽지 않은 만성질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수축기 혈압이 180㎜Hg, 이완기 혈압이 110㎜Hg 이상인 심혈관 질환자는 등산이 위험할 수 있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도 이른 아침의 공복 산행은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삼가는 편이 좋다. 혈당 변화가 심하고, 저혈당으로 실신 등의 경험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또한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은 낙상 등 사소한 충격으로도 골절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어지럼증, 빈혈 환자는 저산소증을 유발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 혈관의 탄력이 떨어져 갑작스러운 산행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노인의 경우 산행 시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통, 구역질 등이 동반되면 그 자리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등산은 여러모로 건강에 좋지만, 평소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도심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걷기나 자전거와 같은 운동이 더 적합하다”며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운동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절 부상·관절 손상도 조심 = 등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욱 중요하다.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는 올라갈 때보다 비교적 힘이 덜 들고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에 걷는 속도가 빨라져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가벼운 찰과상에서부터 발목 염좌, 무릎 연골 손상, 낙상사고로 인한 골절 부상까지 여러 사고를 당할 수 있다. 만약 산에서 골절사고를 당했다면 가장 먼저 구조 요청을 한 뒤 간단한 응급 처치를 해야 한다. 조 교수는 “먼저 골절 외상 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어 이물질을 제거해 세균 침투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며 “상처 부위를 세척한 뒤에는 주변의 단단한 나뭇가지나 등산지팡이 같은 물건으로 골절 부위를 튼튼하게 고정해 2차 부상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산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보폭을 줄여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와야 한다. 발바닥 전체를 땅에 디딘다는 생각으로 신중히 걸음을 옮기고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무릎을 살짝 구부려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야 한다.

특히 초봄의 산은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해 지반이 약해진 상태여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발목 인대를 다치면 발목 움직임이 부자유스럽고 발목 주위가 갑자기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생긴다. 만약 발목 인대의 부상을 내버려두면 발목이 불안정해져 반복적으로 삐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변우진(정형외과 전문의) 목동 힘찬병원 원장은 “대부분 발목 염좌는 외상이 심하지 않으면 자가처방하기 쉽다”며 “그러나 염좌로 발목이 붓고 인대가 파열되기도 해 발목 관절의 불안정성이 커져 삐는 증상이 반복되고, 연골이 손상돼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