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정상적 가동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경북 성주의 사드(THAAD) 포대를 찍은 보도 사진, 그리고 사드 배치 지역에서 불과 2㎞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주민이 ‘노 사드 노 워(No THAAD No War)’라고 쓰인 팻말을 놓고 차량을 검문하는 사진. 이 2장의 대비되는 사진은 법과 질서에 관해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일갈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법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국방부는 지난 12일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내 한·미 장병의 ‘생활 여건 개선 공사’를 위해 건설 자재와 장비를 반입하려 했다. 하지만 반대 단체 측의 실력 저지로 무산됐다. 그러자 주한미군 측이 사드 기지 일부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드 반대 단체는 또다시 새로운 조건을 내걸며 자재·장비 반입을 반대했다. 이들은 “지붕과 화장실 공사만 허용하고, 식당과 숙소 공사는 미·북 정상회담 이후 결정”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장비 반입의 관문인 성주군 초전면 진밭교에서 알루미늄 봉으로 엮인 격자 그물 속에 들어가 시위하는 사진은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노역을 마치고 쇠고랑에 발목이 묶인 채 이동하는 죄수들의 장면이 겹쳐진다. 1990년대 시위와 폭력적 투쟁으로 가득 찼던 대학가를 지칭하던 ‘해방구’란 표현이 성주군에 다시 붙여지고 있는 게 답답한 현실이다.

사드 추가 배치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우려를 비웃듯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의 평화 위협에 직면해 국가 안위의 시급성 속에 적법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것이다. 그런데도 사드 배치가 완료되지 못하고 진행형인 채로 9개월여를 끌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추가 배치를 결정한 당시의 여론조사를 보면, 찬성 71.0%에 반대 18.4%로, 국민 10명 중 7명 꼴로 찬성했다. 이는 이념이나 지지 정당과는 관계없이, 국민의 절대다수가 국가안보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함을 인식한 결과로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보면, 성주에서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결정된 국가적 사안이 지역 주민과 반대 단체들에 의해 저지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사드 운용을 위해 필수적인 유류와 관련 물품 반입이 저지되자, 군 당국은 헬기를 이용해 물자를 반입하는 비상 조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 관계자는 “주민의 도로 점거가 불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불법행위 자료만 모으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성주군도 지자체 차원의 강제퇴거 명령은 반발 상황만 악화시키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이들의 행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드 발사대의 지반 강화 작업과 운용에 필수적인 장비와 물자 반입은 안보에 관련된 국가 차원의 중대한 결정이다. 국방부는 경찰의 지원을 받아 조만간 공사 장비와 자재의 반입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한다. ‘사드 방해 사태’는 대한민국의 법치 실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 단체와 ‘협상’하는 군(軍)의 태도는 우유부단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사드를 반대하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몽(中國夢)을 주창하면서 ‘의법치국(依法治國)을 법적 과제로 내건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사드 괴담에 지역 주민이 볼모가 돼 법치의 자리에 무법이 자리하고 있다. 정당한 법 집행은 민주주의의 기반이고 요체다. 특히, 국가안보의 위협이 걸린 문제에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평화 공세 속에서도 국가 안보를 위한 대비는 평화의 절대적 전제조건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