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 ‘사면초가’ 현실

올해 임금상승률 3.8% 전망
경제성장률 3.0%보다 높아
법인세도 올라 영업益 먹구름

“R&D투자 稅공제 늘리거나
규제완화로 기업부담 줄여야”

글로벌 추세와 거꾸로 가는 법인세 인상, 역대 최대 인상 폭을 기록한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더딘 규제 개선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이 기존 22%에서 25%로 인상되고 인건비 부담 등이 높아지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등이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1%까지 인하한 미국의 경우 1분기부터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우량기업 클럽인 S&P500 소속 대기업의 올 1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최대 18%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늘어난 순이익을 통해 미국 기업들은 신기술 투자 등을 늘리겠다고 나서고 있어 장기적인 경쟁력에서도 국내 기업들과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법인세율이 역전되면서 미국의 투자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3.6%씩 증가하는 반면, 한국의 투자는 같은 기간 연평균 4.9%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최근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고용부담도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 임금전망’에 따르면 올해 임금 인상 폭은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3.0%)보다 높은 3.8%로 예상된다. 생산성 향상, 이익 증가 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고용 및 임금 증가가 아닌 정부 정책에 따른 증가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도 겪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미국, 유럽의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 등으로 구리, 알루미늄 등 금속 가격이 전반적인 상승세다. 니켈의 경우 전년 말 대비 지난 2월 가격 상승률이 8.1%를 기록했다.

그러나 생활물가가 오르면서 근로자들이 겪는 임금 인상 체감은 정작 높지 못한 실정이다. 또 최저임금은 인상되지만, 근로시간은 단축되면서 이로 인한 임금 하락 요인도 커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고용비, 연구·개발(R&D)비를 안정적으로 부담할 여건은 악화하는데 투자와 고용을 늘리라고 하니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당장 세금 인하 등은 어려워도 실질적인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R&D 투자 세액공제 확대나 각종 규제 완화 등의 조치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