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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설 곳 없는 기업들

“경영자유 침해는 유죄… 정부는 관치를 개혁으로 포장”

방승배 기자
방승배 기자
  • 입력 2018-04-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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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떠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가운데) 포스코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사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사임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투데이 제공


(上) 가중되는 ‘정부 리스크’

전문가, 과도한 정부개입 우려
“기업은 개혁해야 할 대상 규정
‘국가만능주의’확대될까 걱정”

포스코 CEO 사퇴압박 의혹에
반도체 공장 정보공개 압박 등
부처, 간섭과 통제 극에 달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공이 한쪽으로만 구른다. 애초에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없다. 정부가 쏟아내는 ‘기울어진’ 반(反)기업 정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 설 곳이 없는 기업들의 현주소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부가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은 못 해 줄망정 기업들의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신(新) 국가 통제경제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재벌 개혁을 앞세운 상법 개정안은 기업들의 방어권을 무력화시키고 있어 해외 경쟁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역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부를 창출하는 기업의 실패가 곧 국가·국민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엄중한 현실 인식에서 한국 기업들이 처한 위기를 짚어본다.
기업의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극에 달했다는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민영화 18년, 정부 지분 하나 없는 포스코의 CEO에 대한 사퇴 압박 의혹, 채용 비리를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하나은행의 갈등,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사업장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논란, 통신비 원가 공개, 법인세 인상,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상법 개정안, 근로시간 단축 등 몰아치는 반기업 정책에 둘러싸인 산업계 곳곳에서 비명이 터지고 있다.

19일 재계와 전문가들은 “사임 의사를 밝힌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한 위정자가 있다면 사법 처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2013년 CJ그룹에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 드러나 이 부회장은 물러났고, 그 경제수석은 최근 강요와 협박이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사유 중에는 “기업들의 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판단도 들어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권이 사기업에 경영 개입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근거와 절차에 맞지 않는 정부의 개입은 후일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정책의 실패 사례에서도 보듯이 정부가 과격한 정책을 반복하면 ‘정부가 최대 리스크(위험)’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 정부 부처의 기업 경영 자율 침해는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부처 간 협의도 없이 밀어붙였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작업환경보고서 공개가 대표적이다. 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기업 경영과 보건안전 간의 정책 균형을 추구하는 정부의 역할은 없었다는 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 제동이 걸렸지만, 친노동 성향을 보여온 정부 내에는 강행 기류가 강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휴대전화 요금 원가 자료 일부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선고가 ‘기업의 이익 침해 우려’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전제로 나왔음에도, 원가 자료 공개에 더해 통신비 경감 방침까지 밝힌 상황이다. 현재 공개 적절성 논란이 있는 2011년 이후 LTE 요금 원가 자료도 청구만 하면 공개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민단체 등에 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기울어진’ 정책들의 배경에 ‘국가 만능주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가 우월하고 선(善)하다는 지금의 ‘국가 만능주의’의 확대가 걱정스럽다”면서 “경제 영역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정치 영역에서는 민주주의가 작동해야 하는데, 구분 없이 적용되면서 기업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현 정권은 관치를 개혁으로 포장하고, 정부는 정의롭고, 시장과 기업은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반기업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낙마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연 20%가 넘는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 제한을 언급한 것을 사례로 들며 “금리는 시장이 결정하는데 금감원장이 물러나면서 마치 반개혁 세력 때문에 금융개혁이 좌절되는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승배 ·박정민·손기은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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