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9일 워싱턴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하며 회의에 참석한 존 볼턴(오른쪽) 신임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美, 일정 공개하며 접촉 확인
北도 회담전망 정치국서 논의

기본적 성사 조건 합의한 듯
역사적 美北회담 개최 현실화

비핵화 정의·방식 간극 여전
양측 제시 로드맵에 관심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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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말이나 6월 초로 미·북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하고, 북한도 개최 사실을 처음 공식 확인하면서 미·북 정상회담 준비 과정이 본궤도에 올랐다. 미·북이 정상회담 3대 현안인 시기·장소·의제 협의를 거의 마무리지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담 개최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정의와 방식에는 간극이 여전한 가운데, 양측이 협상에서 제시할 비핵화안과 이에 상응하는 보상 카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9일 각료회의에서 북한 측과의 접촉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면서 “회담이 5월이나 6월 초에 열릴 것”이라며 일정을 공개했다. 전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정식 전달해왔으며, 비핵화 의제도 수용했다는 점을 확인한 지 이틀 만에 대략적 일정까지 나온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북한 정찰총국은 비밀 접촉을 통해 일정·의제뿐 아니라 장소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 간에 정상회담 시기·장소·의제 협의는 거의 끝난 셈이다. 회담이 최종 성사되면 한국전 정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북한 정상이 비핵화 테이블에 마주 앉아 담판을 벌이는 상황이 현실로 이뤄지게 된다.

남은 것은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비핵화 ‘액션플랜(행동계획)’이다. 이날 취임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오는 12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준비하고 있는 안은 ‘일괄타결’ 방식으로, 북한에 체제 보장을 제공하되 단기간에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인 차원으로 들어가면 볼턴 안보보좌관이 지지해온 ‘선(先)비핵화, 후(後)보상’ 접근일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 비핵화 검증·시찰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프리젠트 허드슨연구소 연구원도 지난 6일 세미나에서 “미국이 제시할 대북 협상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기 어렵지만, 이란 핵합의 때보다 핵 폐기 검증과 시찰을 강화하는 핵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 말 방중 기간에 밝힌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통한 비핵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6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에 참석했던 북한 외교 당국자도 이날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단계적·동시적 조치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목표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받기 어려운 카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 및 검증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협상 결렬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부차관보는 이날 뉴스위크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긴 협상 과정을 수용하거나 아니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뒤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다른 옵션을 검토하는 2가지를 준비해서 회담에 임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협상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말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와 마이크 멀린 전 미 합참의장도 이날 미국외교협회(CFR) 세미나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미가 원하는 완전한 핵무기 폐기와 핵 개발 중단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으며, 북한이 실질적 이행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미·북 정상회담은 형식적인 만남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