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가시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美가 진행상황 긴밀히 전달
우리도 美에 의견 전달 중”
서훈이 美·北과 접촉하는 듯

정의용, 이번주 볼턴과 통화
文-트럼프 조만간 통화 추진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 간의 의견 조율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도 양국과 접촉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북 정상회담의 밑그림이 될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에 앞선 미·북 접촉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과 관련, “잘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으로부터 긴밀하게 진행 상황을 전달받고 우리 쪽 의견도 전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8일 미·북 접촉 관련 미국 언론의 첫 보도가 나왔을 때부터 “한·미 간 의견 교환이 잘되고 있다”고 밝혀 왔다. 미·북 정상회담 접촉 라인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측도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양쪽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은 특히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고영도자 동지는 북남수뇌상봉과 회담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북미)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고 금후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 방향을 비롯한 우리 당이 견지해나갈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제시하시었다”며 ‘미·북 대화’를 언급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언급하지 않지만, 미·북 회담에 적극 임하는 것은 물론 우리 측이 제시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정착이나 남북관계 개선 등을 주요 의제로 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에 우선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북한 측과 의제 조율을 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주 내로 존 볼턴 신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필요할 경우 남북정상회담 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는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 핵심적 의제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측도 비핵화 문제는 미·북 간 대화가 있어야 이행 단계로 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조선중앙통신 역시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남북정상회담을 설정하고 있는 듯한 언급을 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가 기대보다 낮은 수위로 언급될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최대한 이끌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북 회담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