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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지난 21일 ‘과학에 근거한 세계에서 영양이 가장 풍부한 식품 10가지’를 선정, 발표했다. 여기엔 아몬드·치아시드·호박씨 등 견과류와 씨앗류 세 종류가 포함됐다. 붉은 볼락이라고도 불리는 대서양 볼락(ocean perch)과 넙치(flatfish)·통돔류(snapper) 등 생선들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근대·비트 등 채소는 두 종이었다. 과일 중에선 남미가 원산지여서 한국인에겐 생소한 체리모야(Cherimoya)가 유일했다. 체리모야는 바나나 맛과 파인애플 맛이 반반씩 나는 과일로 알려졌다. 의외인 것은 돼지고기 지방이었다. 기사에서도 ‘당신에게 쇼크를 줄 만한 사실’이라고 썼다. 요리할 때 돼지 지방(라드)을 사용하면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는 것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영양에 관한 한 내로라하는 ‘톱10’ 식품 가운데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호박씨가 아닐까? 마침 호박씨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3월의 제철 식품으로 선정한 식품이다.

호박씨라고 하면 먼저 연상되는 속담이 ‘호박씨 깐다’이다. 앞에 ‘뒷구멍으로’ ‘똥구멍으로’ ‘밑으로’ 등 민망한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대개 겉으론 얌전한 척하면서도 뒤에서 은밀하게 온갖 짓을 다 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과거에 호박씨는 절대 남에게 양보하기 싫은 주전부리 감이었다. 납작한 호박씨는 까먹기가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껍질 까는 모습을 보고 누가 달라고 할까 봐 통째로 급하게 입안에 털어 넣으면 알맹이는 소화되고 까진 껍질만 뒷구멍(항문)으로 나온다. 남몰래 먹으려다 보니 손으로 까기도 힘든 호박씨를 뒷구멍으로 까게 됐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몰래 추진하려면(호박씨를 까려면) 머리가 좋아야 한다. 호박씨엔 실제로 두뇌 활동을 돕는 불포화 지방·레시틴이 풍부하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미네랄인 마그네슘도 많이 들어 있다.

연둣빛 작은 씨앗인 호박씨는 ‘호박씨를 깐다’는 부정적인 의미와는 달리 ‘까면 깔수록’ 건강에 이로운 씨앗이다.

‘지구상의 150가지 건강 음식’이라는 책의 저자이자 미국 식품영양학자인 조니 보든 박사는 ‘몸에 좋지만 잘 먹지 않는 11가지 건강식’을 선정했는데 이 중 하나가 호박씨였다.

불가리아·터키·우크라이나 남성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해 매일 한 줌씩 호박씨를 깐다. 최근 동물실험에선 호박씨 기름이 수컷 쥐의 전립선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 컵의 호박씨에는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아연이 약 8㎎ 들어 있다. 또 전립선 건강에 이로운 아미노산인 알라닌·글리신·글루탐산도 풍부하다. 45명의 남성에게 세 종류의 아미노산을 매일 각각 200㎎씩 제공했더니 전립선비대증 증상이 크게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호박씨 약 반 컵을 먹으면 알라닌·글리신·글루탐산 등 세 아미노산을 하루 권장량의 5∼20배나 섭취할 수 있다.

심신을 안정시키는 식품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잠을 잘 자게 하는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해 불면증 해소를 돕는다. 트립토판은 행복 물질인 세로토닌의 주원료다.

약점도 있다. 칼로리가 거의 쌀 등 곡류 수준인 100g당 552㎉에 달하므로 다이어트 하는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해야 한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