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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하는 사(私)교육비에 대한 충격적인 내용이 최근 보도됐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초·중·고생 1인당 사교육비가 월 27만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집계됐다. 2인의 자녀를 둔 가정에서 이들이 초·중·고교를 졸업하기까지 12년 동안 드는 사교육비는 물가 인상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약 8000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전년도 사교육비 총액은 18조6000억 원으로, 사교육비 공식 집계 이후 최대의 액수이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6%나 되며 이 역시 가장 큰 폭이다.

사교육비 총액 최고와 최대의 증가 폭을 고스란히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는 건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교육과 관련, ‘교실 혁명’ 혹은 ‘공교육 혁신’이라는 매우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구호 외에는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 정부 출범 직후 교육부가 야심작처럼 발표한 ‘수능 절대평가 전환’ 정책은 사교육을 잠재우긴커녕 외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엄청난 혼란만 일으킨 채 백지화됐다. 유치원의 영어 교육 금지 방안도 ‘기대와는 반대로 사교육을 조장하고 저소득 계층의 자녀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교육부가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네 가지로 줄여 주문한다.

우선,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억지를 버리라는 것이다. ‘공부할 양이 줄어들면 과외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발상은 학생들의 지적 발달이라는 교육 본연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이다. 사교육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의 본연을 희생시킨다면, 이야말로 본말이 완전히 전도되는 셈이다. 현재 미국·영국·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개인의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학업의 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추세라고 한다.

다음으로, 강한 규제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교육의 평등을 실현하고 사교육을 근절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고교등급제·대학본고사·기여입학제를 불허하는 이른바 ‘3불(不)’ 정책으로 강력한 규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사교육 시장의 팽창과 사교육비 부담의 증가였고, 그 최대의 피해자는 서민이었다. 경직되고 교조적인 평등 지상주의가 학생과 학부모들을 학원가로 내몰았고 그 과정에서 저소득 계층은 소외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의 성공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거기에서 해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계속 늘어온 건 아니다. 2009년부터 시행된 방과 후 교육 체제를 통해 학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화함에 따라 그 후 3년간 사교육비가 줄었다. 현실적으로 방과 후 교육으로 사교육이 근절된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과거의 정책들을 일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이성적이지도 못하다.

끝으로, 교육부든 정치인이든 일거에 사교육을 근절하겠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5공화국 초기에 철권을 휘두르던 국보위의 과외금지 조치도 사교육의 고액화라는 부작용만 남긴 채 그 수명을 다했다. 사교육을 힘으로 발본색원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사교육의 근본 원인은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만에 있다. 학교가 변하고 교사들이 노력해야 문제가 풀린다. 동시에 교사의 노력을 동기화하고 보상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