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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前 한국금융연구원장

서브프라임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지면서 2009년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 3개국밖에 없을 정도였다.

‘대불황(Great Recession)’으로 명명될 정도였던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다수 나라는 팽창적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금리가 제로 수준이어도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금리를 마이너스로 만들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보관료를 떼도록 만드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등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화끈한(?) 돈 풀기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면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대다수 국가에서 인플레율은 완만하지만, 자산가격은 문제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전 세계 주식의 시가총액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30조 달러 이하로 떨어졌었는데, 2016년에는 83조 달러까지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은 더욱 극적이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위기가 발생했는데, 지금 부동산 가격은 위기 전보다 더 올랐다.(케이스실러지수 기준) 부동산 위기가 발생하자 엄청나게 돈을 풀어 위기는 극복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버블 이전 수준보다 더 오른 것이다.

그런데 이제 돈 잔치가 끝나갈 조짐이 보인다. 최근 제롬 파월 신임 미국 중앙은행 총재가 가파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동안 물가가 안정돼 금리 인상을 주저했었는데, 미국 물가는 목표치인 2%대로 접근하고 있다. 이제 한 번에 0.25%포인트씩 네 번, 즉 1%포인트 인상이 연내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양국 기준금리는 지금 똑같은데, 한국은행은 지난 2월 27일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이 오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한·미 간에 금리가 역전된다. 기준금리가 해당국의 경제 상황에 맞는 수준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가 한국 경제보다 더 빨리, 더 확연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우리도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금리를 1.25%까지 낮췄다. 통화량은 M2 기준 2008년 말 약 1200조 원에서 지금은 2500조 원대까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값이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가 힘든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체 분야를 고려하면 상황은 복잡하다. 물가도 안정돼 있고 국내 경기(景氣)회복은 세계 경제만큼 뚜렷하지 못하다. 더구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기업 경영 환경과 상관없이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조치가 시행되면서 경기의 본격적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이 아직은 부담스럽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은 단기간에만 버틸 수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자본 유출 우려로 인해 견디기 힘들다. 울며 겨자 먹기 식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이유다. 국내 상황만 고려하면 금리 인상이 아직 이르지만, 미국 금리 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딜레마 국면이다. 뾰족한 수는 없다. 투자 활성화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경제가 최대한 빨리 회복하도록 유도해 금리 인상이 적정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최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