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北 건군절 북한 인민군 창건 70년(8일)을 하루 앞둔 7일 대성산혁명렬사릉과 신미리애국렬사릉, 조국해방전쟁참전렬사묘에 헌화 발길이 이어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 ‘백두혈통 첫 訪南’ 전문가 분석

“김여정은 ‘최대 유화 제스처’
절박한 北상황에 대한 방증

제재 약한 고리 文정부 겨냥
韓·美훈련재개 차단 등 노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남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남측에 제시했다. 이는 북한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유화적 제스처인 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는 오히려 북한이 ‘김여정 방남’에 대한 값비싼 청구서를 우리 정부에 들이밀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적 대북 압박 공조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인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평창올림픽 이후 대북제재 완화나 한·미 합동군사훈련 무기 중단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북한이 이른바 ‘백두혈통(김일성 주석 일가)’인 김 부부장 방남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은 제재 압박에 따른 절박함을 방증하는 만큼 김 부부장 방남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8일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여정을 내려보내는 것은 평화를 앞세워 민족을 강조하려는 것”이라며 “통남봉미(通南封美)를 강조하며 ‘우리민족끼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은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고,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걱정하고 있다”며 “그것을 돌파하기 위한 수순으로 민족공조를 내세우고, 그 수단으로 우리(남측)를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 방남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자세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윤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김여정을 통해 국제적 대북제재에 구멍이 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접근해 우리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자는 식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며 “미국이 북한 말을 안 들어주고 핵 보유를 절대 인정 안 해주니까 ‘한국이 도와달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자칭 백두혈통 중 첫 방남이라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 만큼 우리 정부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김정은 입장에선 최룡해 당 부위원장보다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인사인 김여정을 보내 남북관계에 기대 이상의 비중을 둔다는 회심의 카드를 던진 것”이라며 “향후 대북제재, 한·미 훈련 일정 등과 관련한 문제에서 한·미 이간을 본격적으로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 방남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어 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김여정을 통해) 김정은에게 구체적으로 전달될 수 있으니 이걸 기회로 활용해서 우리 정부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싫어하더라도 ‘북한이 핵 문제에 있어 성의를 보여야 한다’ ‘김정은의 결단이 필요하다’ 등의 말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희·김영주·김유진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