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곳곳에 추모 현수막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29일 오전 경남 밀양 시내 곳곳에 걸려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 ‘3大 취약포인트’ 살펴보니

스프링클러·제연설비 등
면적 1000㎡이상만 의무화

야간·휴일 등 당직 1명 신설
화재신고 외 대피는 못시켜
소방훈련 등도 형식적 수준

전국 1000곳이 넘는 중소병원이 갖고 있는 취약요인으로 인해 제2, 제3의 밀양 세종병원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전설비 미비, 상주인력 부족, 비상 매뉴얼 부족 등이 최대 취약점으로 꼽힌다. 소방청이 전국 1800여 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가 넘는 병원에서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전설비 사각지대= 29일 보건복지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비상경보기 등의 안전설비는 수용인원이 100명 이상인 문화·집회·종교·운동시설에 설치하게 돼 있지만, 정작 안전설비가 반드시 있어야 할 의료시설은 대상 시설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의료기관은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일 경우에만 스프링클러를 의무설치하도록 해, 이번 화재 건물(바닥면적 394.87㎡)과 같은 상당수 중소병원은 의무대상이 아니다. 요양병원의 경우 지난 2014년 전남 장성군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 사고를 계기로 2015년부터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는데, 기존 요양병원엔 3년의 설치 유예기간(올 6월까지)을 뒀다. 세종병원 옆의 요양병원도 유예대상에 포함돼 스프링클러가 없었기 때문에 만일 불이 옮아붙었을 경우 더 큰 피해가 날 수 있었다. 사망자 대부분이 유독가스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유독가스를 차단·배출·희석하는 제연설비는 현행법상으로는 1000㎡ 이상만 설치하게 돼 있어 약품 등이 많은 중소병원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안전관리 인력도 부족=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료기관에는 야간이나 공휴일에 안전시설 당직자 1명 이상을 두도록 했다. 이 역시 2014년 효사랑요양병원 화재사고 이후 신설된 조항이다. 당직자 1명으로는 사실상 화재신고나 방화 셔터를 내리는 등의 초동대처 이외에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입원자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화재 시 대피에 소수 당직 의료인만으로는 짧은 시간 내 환자를 대피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뉴얼 부족=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화재 시 일반인보다 사고에 더 취약하다. 비상벨이 울리면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어 평소 소방훈련이 그만큼 중요하지만, 중소 의료기관들은 소방훈련을 1년에 한 번, 그것도 형식적으로 하는 수준이다. 세종병원도 소방훈련을 최근 온라인 소방교육으로 대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벨이 울려도 방화 셔터를 내리지 않는 등 비상 대응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이다.

한편, 소방청은 일선 소방서와 함께 지난해 전국 1862곳의 병원(요양병원 포함)을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실시, 385곳(20.6%)에서 소방시설 부실(불량)을 적발했다. 이들 병원 대부분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거나 피난 기구, 화재감지기, 유도등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스프링클러 작동 미비, 소화전 배터리 예비전원 불량도 있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밀양=박천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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