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법 개정을 게을리해 밀양 화재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참사 나흘째인 29일에도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반성은커녕 전(前) 정권에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했고, 야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책임론’을 키우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런 사이 소방차의 진입로를 확보하는 소방기본법 개정안 등은 1년 넘게 국회에 발이 묶였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대처 방법이 잘못됐다면 대통령과 내각이 책임져야 하지만, 쌓여온 적폐로 발생한 사고라면 적폐를 청산하고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밀양 화재 참사에 대한 ‘야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민 의원은 또 “자유한국당이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며 “한국당은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합리적 비판과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미성숙한 정권과 뻔뻔한 여당의 후안무치한 앙상블이 가관”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사건 축소에 여념이 없고 민주당은 야당에 대한 철 지난 색깔론과 유치한 정치 공세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장 대변인은 전날 추미애 대표가 밀양 화재 참사 책임을 전임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대표에게 물은 데 대해서도 “민주당은 참 나쁜 정당” “추 대표는 사죄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핵심 국정 목표로 삼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여야가 입씨름하는 동안 소방차 진입로를 주정차 특별금지 구역으로 지정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는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첫날인 30일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