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떼기당’ 추락때 구원등판
2007년 MB에 경선 패배뒤
정치 일선 물러나 잠시 칩거
2011년 비대위장으로 복귀

자유한국당이 3일 최고위원회 등을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당의 상징이자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박 전 대통령과 한국당의 인연은 2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박 전 대통령과 한국당 계열 정당의 인연은 지난 1997년 그의 정계 입문과 함께 시작됐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18년 동안 사실상 은둔 생활을 했던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입당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듬해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15대 국회에 진입했고 2000년에는 한나라당 부총재로 선출됐다. 이 총재의 독선적 당 운영 방식을 비판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넓힌 박 전 대통령은 2002년 탈당해 약 7개월간 한국미래연합이라는 신당을 이끌기도 했지만, 그해 12월 대선 직전 복당했다.

한나라당이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데 이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역풍을 맞았을 때 박 전 대통령은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등판했다. 2004년 3월 대표로 추대된 박 전 대통령은 당을 ‘천막 당사’로 옮기고 전국을 돌면서 선거 유세를 했다. 그해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참패 예상을 뒤집고 121석을 얻었다. 이때부터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부친의 후광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정치적 기반을 확고하게 다져갔다.

그러나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하면서 한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전 대통령이 다시 당의 선봉에 선 것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복귀한 그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당의 상징색(파란색)을 빨간색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변화를 주도했다. 경제민주화 등 진보 진영이 독점해 온 어젠다를 과감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 같은 승부수는 통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진두지휘하며 과반인 152석을 확보한 데 이어 18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전 대통령과 한국당의 끈끈한 인연에 중대 균열이 생긴 계기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헌정 사상 첫 파면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데 이어 검찰에 구속돼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대선 참패 후 홍준표 대표 중심으로 보수 진영 재건을 꾀하는 한국당은 결국 이날 박 전 대통령과의 공식 절연을 사실상 확정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