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제 결정은… 홍준표(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국당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처리 등을 위해 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우택(왼쪽)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朴출당’ 사실상 확정 이후…

한국당 ‘출당’만 80여분 토론
친박 “표결 거쳐야” 거듭 주장
洪 “정치적 책임진다” 초강수

바른정당 통합파 ‘전제’ 충족
8~9명, 내주 집단행동 가능성
바른정당 교섭단체 와해 위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가 3일 홍준표 대표에게 일임하는 형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사실상 확정함에 따라 보수 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바른정당 자강파의 반대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당 대 당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보수 통합은 8∼9명 규모의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이 한국당에 결합하는 ‘반쪽 통합’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과 관련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오전 9시에 시작된 최고위는 다른 현안들을 20분간 먼저 논의한 뒤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한 채 1시간 20분 넘게 박 전 대통령 출당안만 따로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교황을 선출할 때의) 콘클라베를 연상케 하는 토론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논의가 길어지면서 한때 취재진 사이에서는 ‘이러다 결론을 못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최고위는 긴 논의 끝에 홍 대표가 이날 중 숙의를 거쳐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매듭짓기로 결론 냈다. 사실상 출당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이날 최고위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표결을 통해 박 전 대통령 출당 여부를 결정할 것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 ‘보고’ 후 홍 대표가 결정하는 방식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강효상 대변인은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제명 권고가 열흘이 지났기 때문에 (탈당 권유 징계를 받고 10일 이내에 이의제기가 없으면 자동 제명 처리된다는 당규에 따라) 오늘 이 문제는 (의결 사항이 아닌) 보고 사항으로 올라온 것”이라며 홍 대표의 결정으로 문제를 매듭짓는 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홍 대표는 최고위에서 “중요한 순간에 정치적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온다”며 “오늘 중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고 결정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 측은 바른정당 통합파 측에서 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명분’으로 제시한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가 사실상 매듭지어진 만큼 보수 통합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입장이다. 실제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 당적 정리가 오늘 중으로 마무리되면 오는 4∼5일 각자 자신의 지역구에 내려가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오는 6일 집단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탈당 규모는 현재로써는 김무성 의원을 포함해 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정양석·홍철호 의원 등 8∼9명이 유력한 상황이다. 통합파가 이탈할 경우 바른정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잃는 만큼 ‘보수의 정의당’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강파 내 일부 인사들이 추가 탈당을 통해 한국당에 복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막판 변수는 남아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병국·김세연·오신환·유의동 의원 등 온건 자강파 인사들은 “보수진영 전체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오는 5일 열리는 바른정당 의총 전까지 통합파를 상대로 막판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의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집단 반발할 경우 당이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면서 통합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병철·이은지 기자 jjangbeng@munhwa.com